□ 왜 ‘철과 흙’인가?
‘철’은 이 이야기가 탄광, 광산 지대를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며, 맨살에 와 닿은 철의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처럼 그가 그리는 북한 체제의 현실이 차갑고 괴롭기 때문이다. 냉혹한 이념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존재. ‘철’은 바로 이러한 현실의 비정함을 표상한다.
그러면 ‘흙’은 무엇이냐. 흙은 따사롭고 부드럽다. 그것을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양육해 주는 어머니요 여성이요 사랑이다. ‘철’의 세계인 저쪽에도 그 삶을 감싸안는 흙의 온기가 아예 없지 않았으니, 이지명 작가가 그리는 작중의 인물들은 저마다 비정한 생존의 논리를 품고 있으되 그들이 끝내 기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랑의, 동정의 마음 그것이다.
□ 김성종을 중국 땅에서 숨어서 읽다!
“제가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김성종 작가도 만나 봤습니다. 김성종 소설에 매력을 느껴서 중국에 있을 때부터 그 책만 들여다 봤어요. 『제5열』, 『일곱 개의 장미』, 『안개 속에 지다』 등등 그 분이 쓴 책은 너무 재밌어서, 중국 연길, 훈춘 같은 데 서점, 또 책 빌리는 데서, 한국소설 읽은 게 한 상자는 될 텐데요, 하룻밤에 다 읽고 또 갖다주고 빌리고, 숨어 있으니까 계속 읽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