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서문 ]
언제인가 묵은 앨범을 들춰보다가 ‘내 옆에 선 이 사람이 누구지?’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어서 무척 서운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궁여지책으로 사진속의 그 사람, 그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햇빛 밝은 유리창에 사진을 대고 뒷면에 이름 적어 넣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진 뒷면에 이름과 날짜 그리고 장소들을 적어 넣으며 안도합니다.
시時는 그렇게 제게 왔습니다.
사진 속 뒷면에 이름 적어 넣는 일,
그리고 내 고향,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내 제자들, 다정한 이웃들,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의 뒷모습을 밝은 햇빛에 비춰 보는 일, 지금 보이고, 여기서 부딪치는 모든 것들,
내 곁이 바로 시더라고요.
시가 이렇게 곁에 있을 줄 정말 몰랐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몸을 수그려 시에 대한 경외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