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서문 ]
이 책이 지난 2013년 제1판에 이어 다시 증보판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필자로서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환경문제를 조금이나마 인식하는데 보탬이 되어 보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이번 증보판에는 요나스의『책임의 원칙』독해읽기를 전반적으로 수정, 보완했다기보다 각장에서 내용이 미진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예컨대, 제1장, 생태위기의 도래, 제3장, 인간은 왜 자연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제5장, 칸트윤리학의 생태주의적 전회, 10장, 블로흐의 희망철학에 대한 요나스의 비판 등을 추가적으로 보완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오타 및 비문장들을 수정했다.
요나스의『책임의 원칙』에서 생태위기에 관한 “공포의 발견술”이라는 개념은 향후 미래의 불확실성을 예언하는 여러 규칙이나 예시들을 동원하여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요나스는 실제로 우리가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바라는 희망보다는 오히려 공포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비로소 무엇이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알게 된다. 그러나 희망은 미래에 무엇이 위기에 처할 것이며 무엇을 보호해야 할 것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제 인류는 좋은 것만을 선별하고, 최고선(善), 희망과 같은 것에만 심취하기 이전에 향후 닥쳐올 불행의 예언에 귀를 다함께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나스의『책임의 원칙』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지의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윤리의 내용들을 심층적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요나스의『책임의 원칙』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자 동시에 현세대가 미래세대에 대한 의무를 종종 말한다. 이것은 개개인의 행위를 선택함에 있어서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이익을 고려하는 윤리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가 미래세대를 중요시 여기는 입장에서는 가까운 자손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들의 이익이나 아득히 먼 미래에 사는 사람들의 이익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통렬한 책임윤리 의식을 요나스는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