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서문 ]
무대감독 박세용이 전하는 말
‘우공이산(愚公移山)’과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제가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이는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판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두고, 어떤 일을 할 때 미치광이처럼 그 일에 미쳐야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는 말이며, 공연학 석사 연구논문(국·공립 공연장 무대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발표한 것도 그런 마음의 일환이었습니다.
물론, 성공이라는 물리적인 큰 성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 그 자체가 삶’인 무대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해 충실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텅 빈 객석을 보고 있으면 공연을 아직도 어려워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도움을 드린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으로 엮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여러 권의 책을 쓰신 작가이면서 연극 배우인 장은숙 배우님을 만나 의기투합하여 공연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침체되어 있는 공연예술계와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관객인 여러분에게 인간의 감정과 사랑, 신앙과 사상, 자연과 아름다움을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합니다. 더 이상 공연예술을 어려워 하지 않고, 흥미를 가지고 공연장에 가셔서 더 많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공연을 보는 관객인 여러분들이 주인공임을 다시 상기 시켜드리고, 무대 뒤에서 일하고 있는 스텝들이 하는 일과, 동시에 공연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제가 공연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시고, 악기로 찬양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공연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원 팀이 되어 함께 글을 쓰신 장은숙 배우님과 사진으로 도움 주신 문익상 작가님, 사랑하는 가족들과 대전예술의전당의 모든 직원분들, 공연예술을 하고 계신 모든 출연자분들, 그리고 모든 지인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극배우 장은숙이 전하는 말
아직은 스스로가 연극분야에 무르익지 않은 상태라 공연예술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공연예술에 대해 정리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대중에게 공연예술에 대해 좀 더 친숙하게 접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장 쉽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늘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결국 배우와 무대감독이 만나서 편안하게 공연예술에 대해 하나씩 풀어가는 인터뷰형식으로 글을 정리하여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공연예술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진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연극을 하게 된 이유 또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였습니다. 인간관계로 인해 직장생활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인생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이 왔습니다. 죽기 전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잘 다니던 연구원을 그만두고 연극배우로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연극을 전공한 적도 없고 연극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으나 연극공연을 했었던 초등시절의 가슴 뛰었던 그 기분을 다시금 찾고 싶었습니다. 연극을 하게 된 건 삶에 지친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늦깎이 연극배우로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연극을 하다보니 이곳은 더 치열한 곳이라는 걸 느낍니다. 그럼에도 연극은 제가 선택한 길이니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연극 안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꿈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가진 건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해틀린 교수(Theodore W. Hatlen)는 ‘연극은 인간이 스스로를 확대하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한된 육체에 갇혀있는 인간이 무대라는 곳을 발판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무한히 확대되고 나 아닌 다른 인생과 삶을 통해 다른 경지까지 이해하고자 하는 본능이 연극을 낳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내면서 단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 이 책을 읽고 공연예술을 조금은 편하고 쉽게 즐겼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나에게 씌워진 무거운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빠져들고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배우로 성장하게끔 해준 극단새벽의 한선덕 선생님, 책으로 만난 박세용 감독님, 그리고 나의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무명의 예술인들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독자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 책은 공연예술에 대해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혹은 공연예술에 입문한 예비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나마 공연예술의 즐거움을 맛보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정리된 책입니다.
예술은 우리 가까이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까페나 병원 등 공공장소 어디에서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시간과 비용을 약간만 지불한다면 언제든 좋은 공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공연예술을 아직도 어려워하거나 알지 못해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20년간 대전예술의전당 무대 뒤에서 일하고 있는 무대감독과 연극이 좋아 연구원 생활을 포기하고 연극을 하고 있는 늦깎이 연극배우가 만났습니다. 공연예술을 사랑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대중들이 좀 더 쉽게 공연을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연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본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은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장입니다. 공연예술이 무엇인지, 공연예술의 특징과 역사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터뷰 하듯이 풀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연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리했습니다. 1장에서는 한국 공연장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하여 공연예술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연장의 역사적 흐름에 따른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다뤄봤습니다.
2장은 클래식 공연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에 대해서 여전히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쉽게 감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상법을 비롯하여 클래식의 역사를 간단히 다뤄보면서 악기의 특성과 종류, 클래식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등을 정리했습니다. 관객들이 좀 더 쉽게 클래식을 이해하고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접근하였습니다.
3장에서는 연극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공연예술입니다. 희곡가인 손톤 와일더는 “나는 연극이 모든 예술형식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연극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라고도 하였습니다. 3장에서는 연극의 역사와 연극의 특징, 배우와 연출가, 스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개론적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4장은 오페라와 뮤지컬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노래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흔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오페라와 뮤지컬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오페라의 역사와 뮤지컬의 역사를 그리고 그 특징과 추천 오페라를 담았습니다.
5장은 무용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발레를 비롯하여 현대무용까지 무용의 역사와 무용의 종류에 대해 가볍게 다뤘습니다.
6장은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음악인 국악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얼마전부터 국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우리나라 홍보영상에 국악을 사용했는데 유튜브에서 100만 명이 넘는 세계인들이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6장에서는 국악의 역사, 국악공연의 특성 등에 대한 이야기로 간단하게 구성하였습니다.
7장은 공연장의 스텝과 무대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공연예술에서 가장 관심이 적은 분야일 수 있지만 공연장 스텝이 하는 일과 공연장의 구성, 안전관리 등에 대한 이야기는 누군가는 꼭 해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을 보고 가장 관심있는 부분을 먼저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주인공인 관객 여러분들이 공연예술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바탕으로 한 실무적 경험과 논문 및 각종 자료를 참고하여 기
술되었고 조금은 편안하게 읽히도록 정리한 책입니다. 〈무대감독과 배우가 전하는 공연예술 이야기〉를 통해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