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관람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영어 말하기와 듣기에 대해서는 ‘들리는 만큼 말한다’ 또는 ‘말하는 만큼 들린다’라고들 한다. 둘 다 일리가 있 는 말이다. 그런데 ‘영어발음실습’ 과목을 수강한 제자들이 학기가 종료된 이후에 이제 영어발음이 잘 들리게 되었다는 말을 종종 전해오는 것을 보면 ‘말하는 만큼 들린다’라 는 말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한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한 시각적 영어발 음 학습법을 통해서 학습자가 영어발음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 비로소 그 시점 부터 모국어인 한국어 소리 체계의 간섭이 차단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현재로서는 음 성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한 영어발음 학습법만이 단시간 내에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간섭 현상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학습법이라고 볼 수 있다.
본서의 내용은 필자가 그동안 담당해 온 ‘영어발음실습’이라는 전공과목의 강의노트 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참고로 제2장에서 다룰 조음음성학 이야기는 필자의 ‘영어 발음규칙과 발음표기’(2014)의 제3장의 내용을 수정하고 편집한 것이다. 제3 장에서 다룰 음향음성학 내용의 대부분은 UCLA대 언어학과 교수였던 저명한 음성학 자 Peter Ladefoged 박사의 저서인 ‘A Course in Phonetics’(2006)에 기초하고 있다. ‘A Course in Phonetics’는 조음음성학과 음향음성학을 모두 다루고 다양한 언어들의 음 성도 다루고 있지만 필자는 이 책에서 대략 20여 쪽 분량 정도만 발췌하여 강의에 활용 해 왔다. 발췌한 내용의 대부분은 음향음성학 기초 지식과 관련된 음성파형이나 스펙 트로그램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에 대한 원저자의 설명이 비교적 간략한 경향이 있어 서 필자는 좀더 자세하고 세밀한 설명을 추가하곤 했다. 그러한 추가적인 설명은 수강 생들이 음향음성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기초를 다지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담당해 온 ‘영어발음실습’의 특성과 운영 방식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이 교과목은 학과 커리큘럼 상 학부 2학년을 위한 전공과목으로 배정되어 있는데 수강생의 대략 20~30% 정도는 타과 전공생들이고 때로는 영문과 1학년생도 수강한다. 즉, 이 과목은 영어음성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도 수강할 수 있는 수준의 과목이다. 개강 후 대략 6~7주차까지는 조음음성학 및 음향음성학의 기초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 그 이후 14주까지는 1인 1대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실습실에서 수강생들은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어발음 실습을 수행하며 영어식 발음을 연습한다. 이때 필자는 실습실 내부를 이동하면서 화면상으로 출력된 수강생 개개인의 영어발음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그에 알맞은 피드백을 제공한다.
수강생의 영어발음 평가를 위해서 수시시험으로서 매주 1회의 실기시험과 기말 기간에 1회의 실기시험이 실시된다. 수시시험의 내용은 바로 직전 주 수업시간에 학습하고 연습한 발음들이다. 가령, 이번 주에 영어의 유성 파열음과 무성 파열음 발음에서 대해서 학습하고 연습했다면 다음 주에는 그 발음들을 대상으로 실기시험이 진행된다. 물론,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녹음 및 평가가 이루어진다. 피교육자인 수강생도 자신이 발음에 대한 평가 과정에 참여하여 오류 부분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제공받는 다. 기말 실기시험은 그동안 매주 실시했던 수시시험 내용들을 통합하여 한꺼번에 몰 아서 다시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인 별 향상도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 만 대략 7주 정도의 실습을 통해서 상당수의 수강생들은 영어의 자음과 모음을 영어식 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