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과 시청자, 방송 비평을 연결하는 ‘시민의 비평상 작품집’
이번 연도 최우수상을 수상한 비평문은 「정교한 초현실의 현실화를 꿈꾸다」로, 올해 시즌 3이 마무리된 〈낭만닥터 김사부〉를 다룬다. 손쉬운 흑백 구조 대신 김사부의 고뇌와 낭만에 닥친 현실로 이야기를 해소한 것은, 시즌제 한국 드라마가 자기복제 함정을 훌륭하게 넘어선 사례로 꼽힐 것이다.
우수상을 받은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 코리아〉에 대한 비평, 「방송만이 가질 수 있는 기록과 기억의 힘」 또한 매끄러운 분석과 뜻깊은 메시지로 작품집의 품격을 높였다. 〈모던 코리아〉는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숨기고 싶거나 황당한 ‘그때 그 시절’을 현재와 연결했다. 이렇듯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많은 이들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방송사의 아카이브 덕분일 것이다.
사람들은 호소력 있는 서사에 몰입한다. 때로는 작품에 우리 삶을 투영하고 초현실을 꿈꾼다. 방송 비평은 이러한 작품과 우리를 재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이 비평상 작품집은 프로그램에 모티브가 된 주변을 돌아보고, 이야기 속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며 지난 방송에 다시금 매력을 느끼고 찾아보게 돕는 흥미로운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다. 시청자로서, 그리고 이제 독자로서 방송의 가치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눈으로, 따뜻하지만 때론 날카롭게
시청자들은 앞선 두 작품 외에도 수많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2023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에 투고된 논고들도 지난 여러 비평문처럼 살가운, 때론 따끔한 내용을 담아 프로그램의 가치를 분석하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했다. 여전히 드라마 위주의 글이 주류를 이루지만 어른들에게 울림을 주는 EBS 교육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 〈한국기행〉의 오래된 ‘노포’ 이야기, 멘토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다룬 글 등 해를 달리해 비평의 대상이 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자녀 교육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슈룹〉, 〈일타 스캔들〉, 여주인공들의 활약상이 돋보인 〈닥터 차정숙〉과 〈작은 아씨들〉, 마지막 회로 무수한 비난을 받은 〈재벌집 막내아들〉 등을 다룬 글도 흥미롭다.
방송이란 플랫폼은 너무 세거나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싱거워서도 안 된다. 역시 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송은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방송이 좋은 방송인가?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 위해 비평이 꼭 필요한 이유다.
비평문은 시청률이나 제작 스케일, 출연 아이돌 수, 수상 내역 등 이른바 ‘줄세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감성과 통찰을 거치기에 더욱 흥미롭고 산뜻한 글이 나타난다. 그런 비평이 담긴 작품집은 방송계를 넘어,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인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남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