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그림책은 ‘누구나’ 갈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닮았습니다.”
도서관, 누구도 그림책에서 소외되지 않을 권리!
##작은도서관 운동과 도서관장으로 살아온 저자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일에 뜻을 두고 있던 저자는, 그림책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우리 동네 아이들은 어디서 그림책을 읽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신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도서관은커녕 서점도 만나기 어려운 환경을 체감하고, 자신의 월급을 떼어 모아 도서관을 짓기로 한다. 아이들이 ‘책으로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좋은 책을’ ‘누구나’ ‘신나게’ 읽을 수 있는 ‘다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해나갔다. 흔치 않은 민간위탁운영 공공도서관의 관장으로 재직하면서도 누구나 갈 수 있는 도서관,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림책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도서관을 마을 서재와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만들어온 저자는 책 속에서 투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책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어떤 날이든 그저 뽑아 들어 만나는 그림책 한 권이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새로운 생각의 장을 열어주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해주는 ‘그림책의 힘’을 믿을 뿐이다.
##도서관, 누구도 그림책에서 소외되지 않을 권리
-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공간,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 이런 도서관이 많아진다는 건 세상이 더 평등해진다는 뜻이기도 해요.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이나 어촌, 산촌에도 필요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곳이지요. 장애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곳이에요. _22쪽.
〈1장 도서관을 좋아하세요?〉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우리 곁에 꼭 필요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일산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산도살롱’과 평생교육 등을 통해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도서관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지,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함께해온 풍경
-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목적은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영아기에 책을 통해 아이와 애착을 맺으면, 유아기에 이야기로 관계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야기는 나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상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책 속 이야기는 그렇게 연결을 만들어내는 거지요. 물론, 아이들은 책 속에서 질문도 찾고, 마음도 치유하고, 지식 정보도 얻습니다. 공감 능력도 커지고 사고도 확장되고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적은 ‘즐거움’입니다. 책 속 이야기가 즐겁고 그렇게 책으로 맺어지는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어른들은 ‘즐거운 책 읽기’가 이어지도록, 즐거움이 책을 읽는 목적이 되도록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책을 즐거움으로 마주하게 될 겁니다. 책을 평생 즐기게 되는 거지요. _80쪽
〈2장 아이를 키우는 도서관〉에는 저자가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함께 해온 풍경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운영했던 작은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 기자단 같은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하교 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돌봄 공백 해소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있었던 일화들이 눈에 띈다. ‘책 읽어주는 의자’ ‘옛이야기’ 등의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가,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림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는 순간
- 아, 어쩌면 그 순간이 바로 ‘숙연’한 때를 말하는 건 아닐까요? 사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됩니다. 잠깐의 집중. 잠깐의 호흡. 그리고 잠깐의 손놀림이면 되지요. 어쩌면, 그렇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숙연한 하루가 되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는 하루가 되기도 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_148쪽
- 구부러진다는 것이 내 원형을 깨는 행위는 아닙니다. 구부러진다는 것은 낮아지는 일이고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나의 용기를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아이 모습으로, 파도는 파도 모습으로 자기 원형을 지키면서 넘나들게 됩니다. 유연한 태도로 상대를 대하고 결국 서로 스며듭니다. 섞이고 그것으로 자유로워집니다. 그렇게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갑니다. _160쪽
〈3장 그림책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서는 그림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긴 호흡이 부재한 시대,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림책은 강력한 사색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자존감, 자기다운 삶, 관계맺기 등의 키워드를 통해 내면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소외된 이웃과 세상을 향한 시선
- 어쩌면,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건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제 짐작이지만 어르신은 ‘외로워 별’에서 오신 것 같았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니 남에게 자기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가 커지고 질문도 많아진 건 아닐까요? 제 옆 병상에 있는 분은 ‘나 혼자 별’에서, 앞 병상 분은 ‘친절해 별’에서 왔고 말입니다. _198쪽
- “100만분의 1도 산타가 있을 가능성은 없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산타가 있다고 믿어왔어요. 하지만 한 번도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요. 착한 일을 해도 소용이 없었고, 울지 않아도 선물
은 없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이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할머니 할아버지와만 사는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의 말이 시작이 되어 우리 도서관은 12월 24일 밤이 되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을 몰래 배달하는 ‘이웃산타’를 시작했지요. 세상 누구라도 착하게 살면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졌거든요. _215쪽
- 다들 본인은 차별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을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했습니다. 뭔가 조금 다르기만 해도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렇게 서로에게 쏟아내는 비난이 세상을 더 가혹하게 만들어갔습니다. 포스트 코로나가 된 지금은 어떨까요? 지금은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혹시 지금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시 코로나19 상황 같은 때가 오면 어떻게 할까요? _265쪽
〈4장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 〈5장 그림책, 세상에 질문을 던지다〉에서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타인의 처지를 공감하고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빈곤, 장애, 정보격차, 아동학대, 고립된 이웃들에 대한 저자의 따스한 시선과 함께 묵직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단순히 이웃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머리로 아는 것과 그들의 처지를 가슴 깊이 공감하는 것은 다르다. 그림책은 그러한 공감의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참사와 추모, 여성문제, 노동문제, 환경문제, 미디어리터러시, 환경오염, 자원과소비 등 세상의 다양한 쟁점과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47개 키워드와 함께 생각해볼 질문, 각각의 그림책
각 챕터마다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어 주제의식을 갖고 그림책을 읽을 수 있다. 그저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볼 수도 있고, 책 속에 제시된 그림책을 준비해 함께 읽으며 이 키워드를 주제로 자유롭게 생각을 전개할 수 있다. 함께 읽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책 맨 뒷부분의 부록에는 ‘공공도서관’ ‘어린이 책육아’ ‘개인적인 사색’ ‘함께 사는 삶’ ‘세상을 향한 질문’에 대해 각 장별로 생각해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혼자서, 또 여럿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책에 실린 그림책 리스트를 제공하여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서점에서 구입하기에 용이한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서로의 말을 듣고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시대
그림책이야말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다
작은도서관 운동에 평생을 바친 도서관장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싶은 모든 어른들에게
우리는 그림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소통하지 못하는 시대의 가장 강력한 해결방법, 그림책
그림책은 왜 읽어야 할까? 서로의 말을 듣고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해력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문제는 정작 어른들도 아이와 책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려 해도 막상 읽어주고 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그림책은 긴 호흡의 책과는 또 다르다. 한 곡의 음악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과 생각의 재료를 남긴다. 함께 읽고 더 많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그림책을 가장 손쉽고 행복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단연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이 많은 공간이 아니다. 책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결정한다. 이제 도서관은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고 책을 듬뿍 경험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즐기고 독서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존재는 비로소 대단히 의미 깊다. 도서관이, 그림책이 아이들을 키운다.
작은도서관 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저자는 도서관 운동가로, 도서관장으로 지내며, 수많은 그림책을 읽고 추천해왔다.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매달 월급을 떼어 그림책을 사 모으던 시절부터 공공도서관 관장으로 지낸 지금까지 저자는 그림책 사랑을 놓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그림책이 필요함을 알리고, 누구나 그림책만은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저자에게 그림책은 개인을 돌아보는 도구이자,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을 키워내는 수단이며, 사람을 불러모으는 구심점이 되고, 나 자신을, 주변을,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눈이 되었다.
우리는 그림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또 어떻게 읽어주어야 하는가. 왜 읽어야 하는가.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나와 세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 이 세상은 그림책으로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가,
그림책과 함께 한 저자의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림책을 읽고 읽어주며 그려온 도서관의 미래, 세상을 향한 시선.
##47개의 키워드로 생각과 소통의 장을 열다
이 책은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각 꼭지에는 이야기의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오른쪽 페이지마다 제시되어 있어 주제의식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각 그림책을 읽고 저자가 전개한 생각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제시하지 않는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만의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니 읽어주려 시도하기도 하고, 긴 책은 부담스러우니 어른들끼리 그림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해보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책의 글자를 읽고 난 뒤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책 속에 제시된 그림책을 준비해 함께 읽으며 이 키워드를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상대와 공감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폭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기에도, 어른들끼리 그림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