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온 『유구 안동김씨 김상헌 김수칭 후손가편』은 17세기 후반부터 공주 지역에 세거해 온 문사 안동김씨 김수칭의 후손가에서 전승되어 온 문서를 기탁받아 엮은 것이다. 김수칭(金壽稱, 1642~1704)은 조선 중기의 상신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의 손자이자 동지중추부사 김광찬(金光燦, 1597~1668)의 아들이며, 영의정 김수항(金壽恒, 1629~1689)의 이복 아우이다.
이 책에 실린 자료는 애초 김수칭의 동복 백형 김수징에 의해 『유묵』 2책으로 수집·장첩되었으나, 그 뒤 3~4세에 이르러 김의행·김이덕 부자로 전해지면서 『유묵』 2책이 증보됨과 동시에 『간독』 2책이 추가되어 4책의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이번 자료는 김광찬의 서출 출신 아들들에 의해 편찬되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김제남 역모사건이라는 정국의 풍파에 휩쓸려 졸지에 서출이 되어버린 김수징 형제와 그 후손은 말 못 할 억울함을 품었을 것이다. 아우 집에 들렀다 작별하며 남긴 시나 아버지의 치통을 걱정하는 편지, 유배지에서 가족에게 안부를 전한다거나 임금이 신하를 파면하였다는 소식에 이르기까지 한집안 내에서 계보를 이어오면서 남긴 서찰과 시문이 이렇게 잘 보존된 경우는 흔하지 않다. 특히 이번 『선세유묵』에는 상사리[上白是], 상답사리[上答白是] 등의 단어에 이두(吏讀)를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 일반 문집에서는 보기 힘든 시문들은 한문학 연구에, 조선 중후반기의 명현들이 남긴 필적은 서예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