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 이어서]
1.3. 녹조와 깔다구 대량발생의 소멸
하수처리장을 가동한 지 20년째인 1999년에 녹조 발생량이 갑자기 크게 감소하였다. 1999년의 총인 농도는 0.057mg/L로 환경기준치에 거의 근접한 연도였다.
녹조는 여름에 발생하여 호수 표면을 덮기 때문에 호수 물의 투명도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따라서 투명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녹조 발생량의 변화를 추측할 수 있다. 그림 1-6에 1977년부터 스와호諏訪湖에서 여름철(7~9월)의 평균 투명도 변동을 나타내었다. 하수처리장이 생기기 이전인 1977~1978년에 40cm 정도였던 투명도가 하수처리장 가동 후에 약 70cm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녹조의 대량 발생도 계속되었다. 그 동안 총인과 총질소의 농도는 서서히 감소하였지만, 여름철의 평균 투명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1999년 녹조가 급격히 감소하여 그 해 여름의 평균 투명도는 100cm를 넘었다. 이렇게 녹조 발생량이 적은 상태는 이듬해 이후에도 계속되어 여름철 평균 투명도도 여전히 100cm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200cm의 투명도가 관측된 경우도 있음).
그리고 그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성가신 해충인 깔다구 성충의 발생량이 급감하였다. 최초의 이변은 1998년 가을이었다. 매년 10월 중순에 나타나는 빨간토쿠나가깔다구(Tokunagayusurika akamusi)의 대량 발생이 없었던 것이다. 스와호諏訪湖 호수 바닥에는 장수깔다구(Chironomus plumosus)와 빨간토쿠나가깔다구라고 하는 유충의 체장이 15~20mm, 성충의 체장이 1cm나 되는 대형 깔다구의 유충이 서식하고 있었다(그림 1-7). 이들 깔다구의 성충이 매년 4회 정도 대량 발생을 반복하고 있었다(장수깔다구가 4, 6, 8월 무렵으로 3회, 빨간토쿠나가깔다구가 10월 무렵으로 1회). 이 중에서도 가을에 발생하는 빨간토쿠나가깔다구의 발생량이 많았고, 호숫가에 있는 건물의 벽에 많은 깔다구 성충이 붙어 하얀색 벽을 검게 만들었다. 그리고 밖에 널어놓은 세탁물에 모여들어 세탁물을 더럽히기 때문에 성가신 해충으로 기피되고 있었다(그림 1-8).
이러한 빨간토쿠나가깔다구의 대량 발생이 1998년 가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는 그 해 스와諏訪의 평균 기온이 높았고, 가을의 호수 수온의 감소가 늦어져서 빨간토쿠나가깔다구의 대량 발생이 늦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가을이 깊어져도 발생량은 늘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이듬해인 1999년 봄철에는 장수깔다구의 대량 발생도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대량 발생은 나타나지 않았고, 최근에는 그 존재 조차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1986년과 2001년에 실시된 스와호諏訪湖 내의 60개 관측점에서 깔다구류의 분포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2001년의 장수깔다구 유충은 1986년의 70분의 1, 빨간토쿠나가깔다구 유충은 130분의 1까지 존재량이 감소하였다. 그리고 이 양쪽 연도의 호수 바닥 퇴적물의 유기물 함량(%)의 지표가 되는 강열감량을 측정한 결과 1986년에는 14.3± 2.5%였던 것이 2001년에는 12.0±2.8%로 낮아졌고,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감소가 나타났다(Hirabayashi et al., 2003). 이것은 호수의 물속으로부터 호수 바닥으로 퇴적되는 유기물량이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호수 바닥 유기물의 대부분은 호수 물속의 식물플랑크톤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호수 바닥 유기물 함량의 감소는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든 결과로 생각된다. 깔다구류는 유충일 때에는 호수 바닥에서 서식하여 호수 물속에서 침강한 식물플랑크톤을 먹이로 하고 있다. 즉 스와호諏訪湖에서 깔다구류가 줄어든 원인은 스와호諏訪湖 수질정화의 노력에 의해 호수 물속의 영양염이 감소하고,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를 포함한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어 깔다구류의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