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과 아이들이 다 함께 손을 잡고 강강술래 춤추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과 의사 생활을 한 지 30년이 넘은 저자는 진료실을 찾아온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양쪽을 만나면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스테디셀러가 된 저자의 책 〈엄마심리수업〉과 〈엄마심리수업 2 : 실전편〉이 엄마들 사이에서 ‘육아서의 바이블’로 회자된 것은 조바심과 불안 속에서 낮아진 엄마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며, 엄마라는 존재로 사는 것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도록 인도한 데 있다.
이 책 또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님이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등대의 불빛처럼 인도하는 책이다. 내 아이가 학생이 되는 지금, ‘학부모’로서 어떤 교육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내 아이를 보는 마음과 학교와 선생님을 보는 마음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담아낸 이 책은 모두 여섯 개의 편지로 구성돼 있다.
“내 아이의 성장속도를 믿어야 합니다. 내 아이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장의 시간표가 있습니다. 일찍 피는 꽃, 늦게 피는 꽃이 있습니다. 기다리면 피는 꽃인데 손을 댈수록 꽃은 약해집니다. 평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서 터져 나오는 자발성, 자생력이 중요합니다.”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아이의 단점에 더 신경이 쓰이는 불안한 마음에 대해 쓴 첫 번째 편지에서는 자녀 교육을 좌우하는 두 개의 비밀 코드 ‘엄마 색안경’과 ‘엄마 냄새’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달 단계나 평균이라는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자녀를 보는 색안경과 ‘소심 냄새’와 ‘불안 냄새’를 떨치고 아이의 지금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라는 것.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당당하게 만드는 것은 부모님이 자녀를 보는 시선이라는 것이다.
“이 시대에 부모님에게 필요한 능력은 ‘도와주는 능력’이 아니라 ‘도와주지 않는 능력’입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뒷짐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도와줄수록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은 약해집니다. 자녀가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두 번째 편지는 이 시대에 필요한 진짜 ‘부모력’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에게는 손이 많이 가고 이것저것 해줄 게 많아진다. 자녀가 더 잘 되게 도와주는 노력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틈에 ‘헬리콥더 맘’이 돼 있고, 나중에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녀 인생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매니저 맘으로 살게 된다는 것.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관리할 게 많아지지만 엄마가 손을 덜 대야겠다는 마음을 미리 가지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선생님의 훈육을 정서적 학대나 인권문제로 봐야 할까요? 적극적인 훈육을 못해서 아이에게 ADHD 약물 복용을 하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서적 트라우마’고 심각한 ‘아동학대’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편지는 훈육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학교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는 규칙과 질서를 알고,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공동체 훈련을 하는 곳이며 자기 욕망을 조절하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곳이다. 초자아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제대로 된 훈육을 안 할 경우 초자아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문제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는 교실에서의 훈육 대신 상담실로 보내진다. 거기서도 해결이 안 되면 소아정신과로 보내진다.
훈육을 제대로 할 경우 해결될 수 있는 아이들을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해 약을 먹는 것보다는 엄한 훈육이 훨씬 더 교육적이고 아이를 위한 일이라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조언이 간곡하다.
“학교에서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작은 상처도 있겠지만 ‘성장통’의 경험에 ‘트라우마’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마세요”
네 번째 편지는 학교라는 ‘안전한 실습장’에서 아이의 상처를 성장으로 승화시키면서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아이’를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소한 사건이 일파만파 커져서 열린 학폭위 후에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이나 그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많이 만난 저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용어 대신 ‘외상후스트레스성장(PTSG: post traumatic stress growth)’이라는 용어를 강조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에 잘 수용하고 극복하면 오히려 그 경험이 성장이 된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아파합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학부모님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답답한 교육제도에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하는 동료 교사를 보고 아파하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아프고, 제대로 된 스승 노릇을 못한다고 자책하는 자신이 또 아픕니다.”
다섯 번째 편지는 내 아이의 기만 살릴 게 아니라 선생님의 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선생님을 지켜줘야 할 때라는 것. 그저 내 아이가 있는 교실만이라도 선생님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고 열정과 헌신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커서 자신이 나온 학교와 선생님들을 떠올리면서 흐뭇해하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기를, 아이들의 마음의 고향이 초등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부모님 마음속에 자발성이라는 단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30년 뒤에 내 아이의 인생이 크게 달라집니다. 자발성의 힘을 생생하게 살려주는 것이 이 시대의 최고의 자녀교육이라고 확신합니다.”
여섯 번째 편지에서는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의 핵심인 아이들의 자발성을 살려주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일이나 보람을 느끼는 일을 찾으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시대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말을 저자는 흥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 즉 ‘자발성’으로 설명한다. 부모님들의 과도한 사랑의 간섭을 줄이고 ‘자발성 덩어리’인 자녀의 인생을 넓고 길게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이 여섯 편의 편지에 귀를 기울인다면 선생님이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부모님이 마음놓고 아이를 보내는 학교, 아이들이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배우는 학교, 아이들을 살리는 강강술래 학교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