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다겸과 가장 친한 친구 강호, 다겸이 첫눈에 반한 여자 친구 사랑 같은 주요 인물들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과 또다른 복제 인간 소년 11호, 그리고 복제 인간을 연구하는 이 박사까지 이야기 속 인물들 하나하나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고은, 사라진 올해의 4학년을 찾는 여름, 그리고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복제 인간 소년 11호, 아들을 병으로 잃은 이 박사까지.
작가는 다양한 인물 가운데 올해의 5학년이 되지 못한 소년 11호를 가장 가슴 아프게 지켜보았다고 한다. 올해의 소년 소녀가 되지 못한 복제 인간은 이름조차 가질 수 없다. 소년 11호도 복제 인간인 탓에 제대로 친구를 사귈 기회를 박탈당한 채 투명 인간처럼 살아간다. 그 때문에 올해의 5학년이 된 다겸을 질투하고 미워하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다. 그런 소년 11호에게 ‘올해의 4학년’과 친구였던 여름이 찾아오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여름은 소년 11호의 친구가 되어 주고, ‘시온’이라는 이름도 지어 준다. 처음으로 친구와 이름을 갖게 된 소년 11호는 여름에게 마음을 조금씩 연다.
소년 11호가 이름을 갖게 되면서 생겨나는 변화를 보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름,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있던 이름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누군가가 거기 있음을 알고, 그와 관계를 맺기 위한 첫 번째 행동임을 깨닫는다.
통제 사회를 무너뜨리는 건 시민들의 작은 힘
뇌바구미 바이러스가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가는 이를 빌미로 모든 아이의 뇌를 관리하는 한편, 복제 인간으로 ‘표준’을 만들어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신체 능력을 조절한다. 큰 위기를 이용해 국가가 아이들의 신체 정보를 손에 넣고 전 국민을 조종하려 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시민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대하며, 작은 힘을 모아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권력에 저항해 왔다. 이 작품 속 국가 또한 다겸이 올해의 소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자 다겸의 자유를 마음대로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다겸과 친구들, 그리고 다겸의 ‘아빠’ 이 박사는 힘을 모아 국가의 횡포를 무력화시키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 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꿋꿋이 일어나는 시민의 ‘작은’ 힘이 작가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