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삶과 문학을 크게 인간, 도시, 작품으로 분류하여 살펴보고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인간 편에선 카프카와, 카프카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친구 막스 브로트, 연인들인 펠리체 바우어와 밀레나 예젠스카를 다루고, 도시 편에선 작가가 태어나고, 거의 평생을 보내며 작품 활동을 한 체코의 수도 프라하와 카프카 문학과의 관계를, 카프카와 프라하, 카프카와 프라하의 카페문화, 그리고 프라하의 독일문학 등으로 대별하여 조명한다. 끝으로 카프카의 주요 단편들인, 「판결」, 「변신」, 「유형지에서」,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시골의사」 그리고 「단식광대」와 3대 미완성 장편인 「실종자」, 「소송」, 「성」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카프카 문학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머리말
카프카가 국내에 소개된 지 반세기가 지나고 그동안 수많은 연구와 번역이 이루어졌지만, 현대인의 삶을 예견했던 카프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낯설고 난해한 작가로 다가온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카프카는 설파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주장처럼 그의 작품들은 한 결 같이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반면에 난해하다. 때문에 그는 수수께끼 같은 미로의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인간의 고독과 소외, 불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카프카의 예견은 적중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현재성이 있음을, 이미 조지 오웰의 「1984」는 물론, 최근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역시 입증하고 있다. 상시 감시체제, 테러, 독재정권, 공포정치 등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카프카와 오웰의 빅 브라더는 구글의 스트리트 뷰로 변신하여 오늘날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다. 또한 「판결」에서 시작해서 「소송」과 「성」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권력기관과 무력한 개인 간의 투쟁 역시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필자는 20세기가 끝나가는 1997년부터 1년간 체코 프라하의 찰스대학교에 교환교수로 가 있었다. 이 1년은 카프카와 함께한 1년이기도 했다. 마침 대학이 구시가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강의가 끝나면 매일 같이 미로와 같은 구시가지의 골목길들, 카프카 생가, 카프카가 다녔던 학교들, 그가 즐겨 드나들었던 카페들, 평생의 일터였던 노동자재해보험국 앞을 지나다녔으며, 주말에는 몰다우 강의 카를 다리를 지나 프라하 성, 비투스 성당, 황금소로의 작업실 등을 둘러보곤 했다. 모두가 카프카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현장들이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 2007년 다시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는 카프카에 대한 체코인들의 관심이 이전보다 훨씬 고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중심가에 카프카 동상이 새로 세워졌으며, 카프카의 이름을 딴 카페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몰다우 강변에 있는 카프카 박물관이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전시물 중 인상적인 것은 「유형지에서」의 처형기구 모형과 펠리체와 밀레나 등 4 연인 코너였다. 실내에는 계속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려 퍼져 카프카의 영혼을 불러내는 듯 했다.
카프카에 대한 연구를 좀 더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 아마 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이때 마침 필자가 방문교수로 체류하고 있던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독일 독문학자 대회가 개최되었는데 주제가 ‘자연과 문화’였다. 카프카와 관련된 발표가 다수 있었고 마지막 날 기조강연의 주제가 게르하르트 노이만 교수의 「인간과 원숭이, 문화와 자연간의 경계 탐색」으로 카프카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중심으로 한 강연이었다. 필자는 이 대회에서 자극받아 2008년 일본 가나자와 아시아 독어독문학자 대회에서 졸고 「빨간 페터의 정체성의 변화 -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발표하였다. 이어 내친 김에 2009년 10월 이스탄불에서 개최되는 국제 독어독문학자 대회에서 「카프카와 프라하」를 발표할 계획으로 참가를 신청하여 발표자와 좌장으로 선정되었으나 당시 신종플루의 확산 및 건강상의 이유로 참가를 포기하였다. 당시 필자는 이 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이듬해 정년퇴임식에서 「프란츠 카프카 -프라하에서 이스탄불까지」를 주제로 고별강연을 할 생각이었다. 정말 아쉽게도 단념해야 했던 퇴임 고별강연을 이제 이 카프카 저술로 대신하고자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프라하의 독일문학」(1995), 「독일표현주의 산문」(2003), 「프란츠 카프카와 프라하」(2003), 「카프카와 표현주의 - 「변신」에 나타난 표현주의적 요소」(2004), 「카프카의 「판결」에 나타난 자아분열 현상과 부자갈등」(2006), 「카프카의 「소송」에 나타난 표현주의 모티프」(2007), 「빨간 페터의 정체성의 변화」(2008), 「카프카의 「유형지에서」의 양극적 독법」(2009), 「프란츠 카프카와 프라하의 카페문화」(2009)등 9편의 카프카 관련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본 저서의 <카프카와 도시 프라하의 숙명적 관계>와 작품분석에 있어서 「판결」, 「변신」, 「유형지에서」,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소송」 등은 이들 논문들을, 「시골의사」는 2009년 세계문학 비교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정체된 시간 - 카프카의 「시골의사」에 나타난 폭력과 상처의 현재성」을 본서의 체제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며, <프란츠 카프카>, <아버지와 아들>, <친구와 연인들>, 「단식광대」, 「실종자」, 「성」 등은 새로이 집필한 것임을 밝혀둔다.
필자는 또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의 <독일작가론>시간에 카프카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저서는 지금까지의 연구와 강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정제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본 저서가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받아 증보판이 간행될 경우 시정 보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무튼 이 조그만 결실이 대학에서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 문학을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카프카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012년 초
지은이 김충남
뒷날개
카프카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러한 주장처럼 그의 작품들은 한 결 같이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반면에 난해하다. 때문에 그는 수수께끼 같은 미로의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인간의 고독과 소외, 불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카프카의 예견은 적중했으며,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현재성이 있음을, 이미 조지 오웰의 「1984」는 물론, 최근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역시 입증하고 있다. 상시 감시체제, 테러, 독재정권, 공포정치 등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카프카와 오웰의 빅 브라더는 구글의 스트리트 뷰로 변신하여 오늘날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다. 또한 「판결」에서 시작해서 「소송」과 「성」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권력기관과 무력한 개인 간의 투쟁 역시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 머리말 중에서
표4
‘프란츠 카프카의 삶과 문학의 세계를 인간, 도시, 작품으로 분류하여 연구한 결과물’
인간 편에선 카프카와, 카프카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친구 막스 브로트, 연인들인 펠리체 바우어와 밀레나 예젠스카를 다룬다.
도시 편에선 작가가 태어나고, 거의 평생을 보내며 작품 활동을 한 체코의 수도 프라하와 카프카 문학과의 관계를, 카프카와 프라하, 카프카와 프라하의 카페문화, 그리고 프라하의 독일문학 등으로 나누어 조명한다.
끝으로 카프카의 주요 단편들인, 「판결」, 「변신」, 「유형지에서」,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시골의사」 그리고 「단식광대」와 3대 미완성 장편들인 「실종자」, 「소송」, 「성」들을 심층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