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곽중철 교수가 이 나라 1세대 통역사로 30년이 넘는 통역실무와 10년이 넘는 후학양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통역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위해 공개하는 통역 강의록이다.
통역이란 무엇인가를 학부생의 눈높이에 맞춰 파헤치되, 통역은 단순한 언어의 유희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통역의 대상이 되는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게 풀이한다. 내용은 필자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다뤘던 연설 중 요점만을 골라 중점적으로 해설한다.
우리나라에는 2008년부터 지역사회 통역(community interpreting)이 시작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가 150만에 육박하는 글로벌 시대에 그들을 위한 법정 및 의료 통역을 위한 교육도 시행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매년 의료통역사 양성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통번역대학원에서 가르쳐온 것이 회의통역(conference interpreting) 이었다면 이제 일상에 더 가까운 통역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회의 통역이 연사의 독백(monologue)에 대한 통역이라면 지역사회 통역은 용의자와 법관,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dialogue)의 통역이다. 이제는 학부 통역학과나 통역대학원 차원에서 법정 및 의료통역을 교육할 수도 있다.
이 책을 교재로 공부하기 전, 명심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통역에서도 어학 실력의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모국어와 전공외국어에 대한 일정 수준의 기본 실력이 없이는 결코 통역을 할 수 없다. 탄탄한 문법 실력이 그중 하나이다. 둘째, 여러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많고, 관련 경험이 많을수록 통역의 질이 높아짐을 깨달아야 한다. 세분화되고 더욱 심층화된 최첨단 분야는 내용을 모르면 애당초 통역이 불가능하다. 특히 현대는 정보기술(IT)을 모르고는 첨단분야의 통역을 해낼 수가 없다. IT 관련 지식뿐 아니라 IT 관련 기기를 직접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통번역에도 유리한 시대다. 결론적으로 통역이란 탄탄한 어학적 기초와 상식과 전문지식을 나란히 쌓아야 하는 공부다. 어학 실력을 튼튼히 하고, 각 분야를 깊이 공부하며, 많은 직·간접 경험을 쌓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훌륭한 통역도 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저자의 말
통역대학원 교수들에게는 정해진 강의록이 없다. “10년도 넘은 강의록으로 똑같은 강의를 한다”는 말은 우리 대학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1년이 넘은 연설은 연설이 아니라 ‘전설’이기 때문이다. 매주 새로 나온 연설로 강의 준비를 해야 하기에 우리 대학원 교수들은 항상 바쁘다. 바쁘면서도 1년에 몇 번만이라도 실제 통역을 해봐야 한다. 현장에 나가보지 않으면 통역 시장의 니즈를 알 길이 없으며 강의 능력도 녹슨다. 음대나 미대 교수들이 직접 전시회나 연주회를 여는 것과 같다.
1979년 9월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이 생긴 지 30년이 넘었고 저자가 1999년부터 모교에서 강의한 지 14년 째다. 2010-2011 첫 안식년을 보내면서 확신한 것은 통역대학원이 위대한 학교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의 어느 대학원이 우리 졸업생만한 인재들을 배출하는가? 어느 대학원 졸업자가 우리만큼 취업률이 높고 우리 졸업생만큼 보수를 받으며 사회의 인정을 받는가? 특히 어느 대학원의 여성 졸업자가 유리천장(glass ceiling)도 없이 남성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가? 그 비결은 우리 대학원이 속일 수 없이 실력이 오롯이 드러나는 통번역이라는 분야에서 엄격한 교육과 훈련으로 학사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졸업생 대부분이 “내가 통역대학원을 선택한 것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평생 직업에 자부심과 만족을 느끼고 산다. 한 마디로 통역대학원은 아직까지는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한 학교다. 몇 년 내로 기계가 통번역을 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은 필자가 보기에는 요원한 상상일 뿐이다.
학교에 온 이듬 해인 2000년 한국외대 출판부에서 통역 101이라는 입문서를 펴냈다. 그 책을 본 출판사 다락원의 제의로 ‘통역사 만들기"라는 저서를 2001년에 출간했다. 그동안 본 대학원 졸업자들이 우리나라 통역계를 이끌며 통역을 인기 직종으로 만들자 통역대학원 입시 준비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생겨났고,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1996년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전국에 10개가 넘는 통역대학원이 설립되었다. 그에 더해 여러 대학의 학부에도 통역 전공이 유행처럼 만들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유치원에서도 유아들에게 동시통역 식으로 영어를 가르친다는 선전 문구가 횡행하기도 했고 실제로 초등학생을 위한 통역 시험도 시행되고 있다. 웃지 못할 현상이다.
외국어 공부에서 통역이 이렇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젊은 통역대학원 졸업생들이 고위 인사들 곁에서 통역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니 멋있어 보여 “나도 해보자”는 마음이 드는 것이 첫째 원인일 것이다. 30년 전 사회에 나온 초기 여성 통역사들을 두고 언론이 ‘신데렐라’ 신드롬을 부채질한 것도 한 몫을 했다. 두 번째 더 순기능적 이유는 통역을 하면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그 사람의 실력을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토플이나 토익 성적이 진짜 실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자각이 퍼지면서 통역이야말로 감추거나 속일 수 없는 어학 실력 판단기준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런데 과연 학부생부터 통역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고 바람직한 일일까? 통역이란 일정한 수준의 언어 구사력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명제를 놓고 볼 때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기 시작한 학생들에게 통역을 가르친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학부의 통번역 전공은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갖가지 언어를 쓰는 나라들이 모여있어 가장 긴 통역의 역사를 가진 유럽에서는 일찍이 학부에서 통역을 가르쳐왔다. 그들에게 ‘통역’이란 이웃나라와의 거리만큼이나 가까운 ‘생활’이기 때문이지만 극동에 ‘은둔’해 있었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조기교육>이란 화두가 통역 분야에만 예외가 될 수는 없어 이왕 시작된 학부생의 통번역 교육을 위한 하부구조의 내실화가 시급하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2008년부터 지역사회 통역(community interpreting)이 시작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가 150만에 육박하는 글로벌 시대에 그들을 위한 법정 및 의료 통역을 위한 교육도 시행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매년 의료통역사 양성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통역대학원에서 가르쳐온 것이 회의통역(conference interpreting) 이었다면 이제 일상에 더 가까운 통역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회의 통역이 연사의 독백(monologue)에 대한 통역이라면 지역사회 통역은 용의자와 법관,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dialogue)의 통역이다. 이제는 학부 통역학과나 통역대학원 차원에서 법정 및 의료통역을 교육할 수도 있다.
2000년 출간한 ‘통역 101’을 기초로 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책을 만들기로 작정하면서 몇 가지 주안점을 두었다. 첫째, 통역이란 무엇인가를 학부생의 눈높이에 맞춰 파헤친다. 둘째, 통역은 단순한 언어의 유희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통역의 대상이 되는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게 풀이한다. 셋째, 2011년 9월 안식년에서 돌아와 필자가 대학원에서 다뤘던 연설 중 요점만을 골라 중점적으로 해설한다.
이 책을 교재로 공부하기 전, 명심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통역에서도 어학 실력의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모국어와 전공외국어에 대한 일정 수준의 기본 실력이 없이는 결코 통역을 할 수 없다. 모든 운동에 기본기가 중요하듯, 튼튼한 기초 없이 어려운 연설을 통역해 보겠다고 덤비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탄탄한 문법 실력이 그중 하나이다. 둘째, 여러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많고, 관련 경험이 많을수록 통역의 질이 높아짐을 깨달아야 한다. 경제 관련 통역은 경제에 통달한 사람이 정확한 통역을 할 수 있고, 의료 통역은 의학을 잘 아는 사람이 설득력 있는 통역을 할 수 있다. 특히 더욱 세분화되고 더욱 심층화된 최첨단 분야는 내용을 모르면 애당초 통역이 불가능하다. 특히 현대는 정보기술(IT)을 모르고는 첨단분야의 통역을 해낼 수가 없다. IT 관련 지식뿐 아니라 IT 관련 기기를 직접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통번역에도 유리한 시대다. 결론적으로 통역이란 탄탄한 어학적 기초와 상식과 전문 지식을 나란히 쌓아야 하는 공부다. 어학 실력을 튼튼히 하고, 각 분야를 깊이 공부하며, 많은 직·간접 경험을 쌓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훌륭한 통역도 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이 모든 이야기가 지난 10년간 관리해온 필자의 홈피 www.jckwak.net에도 쌓여있다.
2012년 새 학기를 맞으며
저자 곽중철
표1 문구
통역이란 쉬운 게 아니다.
무턱대고 통역공부를 시작했다가 좌절하는 학부생,
훌륭한 통역사가 되고 싶은 통역대학원생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표 4
이 나라 1세대 통역사로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가
통역은 왜 어려운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지
자신의 강의록으로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