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산동의 닭이 울면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나라이지만, 막상 중국인을 만나보면 한국인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때로 당황스런 일을 겪기도 합니다. 작년 여름 학술대회 참석 차 상하이에 방문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지요.
베이징에서 박사 학위를 했던 저는 상하이를 별로 다녀 보지 못했기에 일행 교수들과 함께 외국인이 즐겨 찾는다는 신세계 거리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는 중국인에게 길을 물었더니 ‘직진해서 좌회전하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곳이 금방 쫙 펼쳐질 줄 알았던 우리는 서점에서 산 책 비닐주머니를 양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한여름 상하이 거리를 씩씩하게 걸어나갔죠.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신세계 거리는 나오지 않는 거에요. 알고 보니 그곳은 도저히 걸어서 갈 수 없는 먼 거리였습니다. 결국 택시를 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지요.
길을 가르쳐 준 그 중국인이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건가 은근히 화가 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보다 44배나 큰 어마어마한 면적에, 한 개 성(省)의 크기가 한국보다 큰 곳에 사는 중국인에게 있어 그 거리는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다른 역사, 사상, 제도, 지리 등에서 비롯된 사고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탄탄한 중국어 실력을 갖고자 이 교재를 보고 계십니다. 중국어는 중국 문화의 산물입니다. 문화는 아주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되지요. 문화의 산물인 언어를 배우자 할 때 그 안에 내포된 문화적 배경을 알면 확실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본 교재는 문화적 요인이 물씬 담겨있는 관용어를 통해서 중국어 어휘 습득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 무조건 외우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지만 그 어휘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문화적 배경을 안다면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되겠지요.
본 교재는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의 ‘중국어와 중국문화’과목의 교재로 개발되었지만, 초급학습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중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습니다. 학습목표는 중국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관용어를 통해 중국어 속에 내포된 문화를 이해하는데 두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요. 문화 설명이 배경이 되어주므로 여러분은 본 교재를 통해 관용어를 흥미진진하게 배울 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게 바로 언어와 중국 문화를 함께 알아가는 “일거양득”의 학습 효과라 할 수 있지요.
교재의 구성을 보면 매 과마다 주제별로 학습 영역을 두었습니다. 중국인이 자주 사용하는 관용표현을 대상으로 선정하였구요. 1-3과까지 동물, 4과는 숫자, 5-6과 신체, 7-8과 인물, 9과 음식, 10-11는 관계 및 거래, 12과 개인의 특징, 13과는 색깔 및 식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호흡이 짧은 간단명료한 실용 대화를 넣어 일상 회화에서도 관용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먼저 중국 문화 설명을 토대로 관용어의 유래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난 뒤, 이를 활용한 실용 대화를 외우시면 많은 결실을 맺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평가문제 역시 여러분이 학습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음성 녹음 속의 원어민 발음을 듣고 모방하여 큰 소리로 따라서 읽고 외우면 실제적으로 중국어 실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성실하게 교정 작업을 봐준 김선정 씨와 중국어를 수정해 준 노진 씨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모쪼록 여러분이 본 교재를 통해 중국어 학습에 견실하고도 풍성한 열매 맺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2009년 6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문동 연구실에서
황 지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