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목적은 글쓰기의 본질과 목적 그리고 서술과 그것의 원리에 대한 독자적이고 체계적인 설명 틀을 스스로 마련하는 데 있다. 우리는 실제의 한국어 보기 글들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을 통해 한국어에 적합한 글쓰기 이론과 서술 이론(설명 틀과 분석 틀)을 세웠다. 우리는 이제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그리고 그 글이 왜 좋은지를 우리말로써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국어 글쓰기 기초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펼쳐진다.
첫째 주장, 글쓰기의 목적은 사무침에 있다. “사무침”이라는 말은 “나랏 말싸미 中國에 달아 文字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훈민정음)에 뚜렷이 새겨진 것처럼 사람과 사람 이 공간과 시간의 장벽을 넘어 서로 소통(疏通)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둘째 주장, 서술(敍述)의 원리는 드러내 보임에 있다. 서술은 주어에 술어를 결합(結合)시키는 행위라기보다 매듭으로서의 이야깃거리를 술어로써 드러내어 보이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
논술에 관한 책을 쓰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논술에 관한 책은 ‘어떤 주제에 대해 실제로 논술하는 책’과는 다르다. 이는 ‘한국말을 말할 줄 아는 것’과 ‘그 앎의 까닭을 말할 줄 아는 것’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논술 책을 쓰는 까닭은 우리가 이제까지 써 왔던 논술의 목적, 구조, 방법 등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그것을 바로잡음으로써 보다 나은 논술 습관을 갖도록 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자투성이의 논술 개념어들을 토박이 갈말로 바꾸고, 그 갈말들에 대한 뜻매김을 낱낱이 풀이했다는 점이다. 한자로 된 갈말, 보기를 들어, 논술(論述)은 그 쓰임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지만, 그 낱말의 뜻은 사전을 통해서도 쉽사리 밝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별도의 한자 공부를 통해 문리를 터득할 때에야 비로소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논술의 낱말 뜻을 ‘주어진 말글의 올바름을 따져 (그 따진 바를 말글로써) 풀이하는 일’로서 새길 수 있다면, 우리는 논술을 보다 쉽게 그리고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바꾼 갈말을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가격(價格)(207): 흥정-값(207): 팔고자 하는 물건의 값을 화폐 단위로 환산했을 때의 액수(額數)(207)
가치(價値)(207): 제값(207): 나름의 보편성을 갖춘 ‘타당(妥當)-값’(207)
견해(見解)(219): 보는 바(219): 보는 마당에서 ‘눈에 보이는 전체’와 ‘그것으로부터 미루어 보이는 전체’를 한데 동여맨 것(219)/어떤 것을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보고, 그 본 바를 통해 무엇인가를 미루어 보는 모든 것(220)
결론(結論)(226): 끝맺기(226): 주어진 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찾아온 자신의 전 과정을 마무리하는 곳(226)
구사(驅使)(22): 부려 쓰기(22): 어떤 것을 마음대로 또는 빼어난 솜씨(능수능란, 能手能爛)로 다루어 나갈 줄 안다는 것(22)
구성(構成)(70): 짜임새(70)/짜임틀(223): 맞춤 조각들이 따로 흩어지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그 짜인 것들이 ‘하나’의 모양이나 기능을 이루도록 하는 것(70)/ 글 전체를 그것의 시작 부분과 중간 부분 그리고 끝 부분으로 기능적 또는 영토적으로 나누기 위한 틀(223)
귀납법(歸納法)(182): 끄집어들이기(182): 작은 생각들로부터 큰 생각을 빚어내는 것(182)
근거(根據)(199): 뒷받침말(199): 어떤 일이 일어나는, 그 일을 뒷받침하는 바탕(53)/나무와 같은 것이 서 있기 위한 뿌리이자 그 뿌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터와 자리(179)
근원(根源)(53): 비롯-자리(53): 어떤 것의 있음의 첫자리(53)
논(論)(137): 따지기(135): 올바른 뜻을 드러내고 참거짓을 가려 밝히는 일(135)/서로 뒤엉켜 있거나 흐트러져 있던 것들을 따로 또는 함께 ‘갈라-묶는-것’(138)
논술(論述)(139): 따져 풀기(139): ‘주어진 말글의 올바름을 따져 (그 따진 바를 말글로써) 풀이하는 일’(139)
논점(論點)(195): 따질 점(195): 따지기 위해 물어진 문제점(195)
논지(論旨)(158): 마침내 말하고자 하는 바(158): 자신이 말한 바로써 뜻하고자 하는 바(158)
단어(單語)(50): 낱말(50): 뜻과 소리와 문맥의 꾸러미(50)
대화(對話)(83): 말-나누기(83): 서로의 관심이나 흥미 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말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83)
독(讀)(142): 읽기(142): ‘글 속에 심긴 뜻의 씨앗’을 솟아나게 하는 것(142)/글에 쓰인 것을 ‘말로써 알려 주는 것’(143)
동사(動詞)(59): 으뜸-풀이말(59): 매듭의 때의 갖가지 모습들을 나타내는 것(59)
동의(同義)(227): 의견-같이하기(227): 저마다의 ‘나의 입장’과 서로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우리의 입장’이 같은 것(227)
리(理)(53): 다스림(53): 모든 것이 그 본모습을 잃지 않도록 다스리는 것(53)
목적어(目的語)(56): 맞말(56)/ ‘맞-걸림-말’(56): 씨줄로서 날줄의 일을 함께 마주하는 것(56)
묘사(描寫)(65): 그려내기(65): 눈으로 보았거나 마음으로 느낀 바를 독자로 하여금 더불어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표현법(65)
방법(方法)(79): 길잡이(79): 나란히 놓인 여러 길들 가운데 잘못된 길을 버리고 바른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79)
본론(本論)(226): 풀어내기(226): 자신의 ‘보는 바’를 풀어내는 단계(226)
부사(副詞)(59): 버금-풀이말(59): 그 자체로는 풀이의 짜임새가 온전히 갖춰질 수 없는 풀이말(59)
분류(分類)(98): 갈래-나누기(83): 서로 다른 갈래들끼리는 따로 갈라놓지만 같은 갈래에 속하는 것들끼리는 한데 묶는 일(83)
사건(事件)(106): 벌어진 일(106): 묻혀 있던 어떤 일의 터짐(106)
사유(思惟)(21): 생각, 생각하기: 생각은 말과 글의 질서로 통제될 수도 있지만, 그것의 통제를 벗어날 수도 있다. 생각은 그림, 노래, 기호 등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상상력(想像力)(49): 모습-짓기(49): 어떤 것의 ‘생생-모습’을 현재의 현실 속에 하나의 작품으로 지어내는 힘(49)
서론(序論)(226): 들어가기(226): 문제 속으로 들어가는 단계(226)
서술(敍述)(44): 차례풀이(44)/매듭풀이(46): ‘말할 거리를 말로써 풀어내는 일’이자 그렇게 풀어낸 말을 ‘말이 되도록 이어나가는 일’(44)/어떤 것을 매인 상태로부터 자유롭게 놓아주는 일(46)/‘생생-모습’을 말의 꼴로 바꿔 주는 기술(技術)(51)
소통(疏通)(28): 사무침(28)/함께-나누기(194): 말글로써 함께 나누고자 하는 바가 막힘없이 오고갈 수 있는 상태(28)/서로가 서로의 말글을 막힘없이 함께 나누는 일(194)
술어(述語)(44): 풀이말(44): ‘생생-모습’을 갈래갈래 풀어낸 말(54)/매듭말을 가닥가닥 줄지어 엮어 놓은 말(54)/‘매듭-말’에서 엮어낼 수 있는 것(57)/‘그때마다 이미 앞선 물음에 대한 하나의 대답’(58)
시작(始作)(80): 처음닫기(80): 처음의 자리를 만들어 내거나 가운데 자리로 넘어가기 전까지를 달려가는 일(80)
어간(語幹)(59): 말-머리(59): 매듭이 풀려 나갈 방향(方向)을 가름하는 것(59)
어미(語尾)(59): 말-꼬리(59): 머리에 달라붙어 풀이말을 휘어지거나 구부러질 수 있게 해 주는 마디(59)
언어(言語)(50): 말(50): 낱말들로써 말거리의 ‘생생-모습’을 마름질하는 것(50)
연역법(演繹法)(182): 끄집어내기(182): 큰 생각으로부터 작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182)
요약(要約)(140): 글줄이기(140): 글월(문장, 文章)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한에서 글월의 길이를 짧게 줄이는 기술(140)
원(原)(53): 으뜸(53):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나 순서에서 첫째가는 것(53)
원리(原理)(52): 으뜸바탕(54)/밑바탕(54): 앎(주어진 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의 밑바탕이자 물음거리 그 자체의 본질과 근원 그리고 변화의 밑바탕(54)
유래(由來)(57): 말미(57): 다른 일로 말미암아 얻는 겨를 또는 어떤 일을 한 까닭(57)
의(意)(25): 뜻(25): 낱말과 같은 것에 의해 ‘가리켜진 사물’이나 낱말을 통해 ‘드러난 모든 것’(25)
의미(意味)(25): 저마다의 뜻(25): 뜻을 구체적으로 경험한 내용(25)
의의(意義)(25): 떳떳한 뜻(25): 모두에게 공통된 떳떳하거나 객관적인 뜻(25)
이미지(image)(48): 생생-모습(49): 시들거나 죽지 않고 힘이 넘치게 살아 있는 모습, 따라서 죽음을 이기고 빛의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를 때의 모습(49)
인용(引用)(20): 뽑아오기(20)/따오기(149): 뽑아오기는 남의 글에서 특정 부분만을 옮겨 적는 것으로서 뽑아온 글과 자신의 글 사이의 통일성, 일관성, 완결성을 갖추어야 한다.(20)/어떤 책이나 글로부터 글월(문장, 文章) 자체를 ‘따오는 일’(149)
입장(立場)(220): 처한 자리(220): 누군가 맞닥뜨린 고유한 상황, 즉 당사자로서 겪어야 하는 처지(處地)(220)
쟁점(爭點)(195): 다툴 점(195): 하나의 문제를 서로 다른 논점을 통해 접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증 다툼(195)
전제(前提)(199): 앞들이(199): 앞서 받아들인 것(199)
정의(定義)(48): 뜻-앉히기(48): 어떤 것의 올바른 뜻을 앉히는 것, 그로써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는 것(48)
조사(助詞)(55): 이음-걸이(55): 글월의 씨줄과 날줄을 갈라 줄 뿐 아니라, ‘매듭-줄’의 기능과 의미까지 규정하는 것(55)
조율(調律)(58): 다스름(58): 다툼을 가다듬는 일(58)
주어(主語)(44): 임자말(44)/씨줄말(55): 테두리를 둘러 이야깃거리를 한정하는 상수(常數) 노릇을 하는 말(55)
주장(主張)(199): 내세움-말(199): 자신의 의견을 옳은 것으로 내세워 앉힌 말(199)
증명(證明)(179): 밝히기(179): 어떤 것의 뒷받침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자 그것이 드러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179)/옳고 그름에 대한 판정(判定)의 올바름(정당성)을 끌어 모으는(종합) 일(180)/숨겨져 있던 것을,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그리고 모두가 그것을 분명히 볼 수 있도록, 아울러 그 자체로 온전한 짜임새를 갖춘 구체적 형태(말글, 행동 등)로써 나타내는 것(196)
지식(知識)(26): 앎(26): 주어진 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26)
추론(推論)(138): 이끌어내기(138): 따지기의 한 방식으로서 “전제(근거)로부터 결론(주장)”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끌어내기)(138)
추리(推理)(182): 이끌어내기(182): 옳다고 여겨진 ‘하나의 앞선 생각’으로부터 ‘또 다른 생각’을 올바로 미루어 헤아림(182)
치(致)(135): 다다름(135): 처음에 목적했던 바를 그 길을 가는 가운데 떨어져 나가거나 그만두는 일 없이 고스란히 이루어내는 일(135)
클라이맥스(80): 고비-마루(80): 고비는 이야기 흐름이 읽으미를 흥분과 긴장 속으로 몰아가는 대목을 뜻하고, 마루는 이야기 물결이 절정에 다다른 자리를 말한다.(80-81)
평가(評價)(207): 값-매김(207): 가격 또는 가치의 매김(207)
합의(合意)(227): 의견-맞음(227): 서로의 의견이 맞아떨어지는 일(일치, 一致) 또는 맞아떨어진 의견(227)
합의(合議)(227): 의견-맞춰보기(227):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기 위해 저마다의 의견을 주고받는 일(227)
활용(活用)(59): 말갈아쓰기(59): 그 때에 맞춰 ‘풀이말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59)
hypertext(142): 넘나들이-글(142): 글의 짜개(낱말, 그림, 동영상)가 같은 글이나 다른 글 또는 특정한 데이터베이스의 짜개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사용자가 그 이어진 곳을 넘나들 수 있도록 짜인 글
network(142): 그물짓기(142):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을 그물처럼 짜나가거나 그렇게 짜인 그물
* 괄호 속 쪽수는 원본파일의 쪽수를 나타낸다.
우리가 말을 바꾸는 까닭은 단지 쓰임의 편리함만을 위한 게 아니라 학문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학문이 ‘올바른 앎의 틀’을 촘촘히 그리고 탄탄하게 짜나가는 일이라면, 우리는 이러한 말 바꾸기를 통해 ‘올바른 앎’을 더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발견된 앎의 틀을 보다 참답게 짜나갈 수 있다. 보기를 들자면, “견해 논술의 원리”에 대한 그동안의 설명은 아주 빈약했는데, 우리가 견해를 ‘본 바’와 ‘보는 바’ 그리고 ‘미루어 보는 바’로 나눌 수 있게 됨으로써 견해의 구조가 보다 뚜렷하게 밝혀졌고, 더 나아가 “견해를 펼치다.”라는 단순한 말로부터 들어가기, 풀어내기, 끝맺기로 짜인 ‘흐름잡기’와 논증 평가와 논박 그리고 견해 다툼으로 짜인 ‘맞춰-나가기’의 구조가 드러났다. 이러한 해명은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한 성과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보기글들에 대한 풀이가 앞서 밝혀진 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논술이 좋은 논술인지를 원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뜻한다. 원리(原理)가 앎(주어진 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의 밑바탕이자 물음거리 그 자체의 본질과 근원 그리고 변화의 밑바탕으로 새겨질 수 있는 한, 이 책에서 체계화된 서술의 원리와 요약의 원리 그리고 논증의 원리와 견해 논술의 원리는 서술과 논술 일반에 대한 이해를 드높여 줄 뿐 아니라, 실제로 서술과 논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얼개에 대해>
이 책은 차례를 구성하는 낱말들을 새롭게 제안한다. 상세한 설명을 붙이는 대신 이 글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구성의 낱말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얽이는 크게 세 뭇으로 짜인다. 뭇(묶음)은 여럿을 한데 매어 한 덩어리로 만든 것이자, 그것을 세는 단위를 말한다.
첫 번째 뭇은 글쓰기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다.
두 번째 뭇은 글쓰기의 기초인 서술의 원리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세 번째 뭇은 논술의 원리를 요약, 논증, 견해로 갈라 다룬다.
첫 번째 뭇(묶음)은 다시 셋으로 나뉜다. 나누기는 본디 하나였던 것을 갈래갈래 갈라 따로 묶어 놓은 것을 뜻한다.
첫 번째 나누기는 글쓰기 제도에 받아들여진 글쓰기 목적의 문제점을 다루었고,
두 번째 나누기는 글쓰기의 본질과 목적을 밝혔으며,
세 번째 나누기는 참 글쓰기로서의 사무침 글쓰기를 설명했다.
두 번째 뭇은 나누기 넷부터 여덟까지 다섯으로 나뉜다.
네 번째 나누기는 서술의 뜻과 그 대상이 되는 ‘생생-모습(이미지)’의 관계를 드러냈고,
다섯 번째 나누기는 ‘매듭-풀이’로서의 서술이 ‘드러내-보임’의 원리로써 이루어짐을 내보였으며,
여섯 번째 나누기는 사물 그려내기와 느낌 풀이 등의 서술의 다양한 짜임 방식을 설명했고,
일곱 번째 나누기는 서술의 일반적 방법을 탐구하고,
여덟 번째 나누기는 얼굴과 사물 그리고 사건에 대한 서술의 보기들을 풀이했다.
세 번째 뭇은 나누기 아홉부터 열둘까지 넷으로 나뉜다.
아홉 번째 나누기는 논술의 개념과 그 다섯 가지 성격을 밝혔고,
열 번째 나누기는 ‘틀리지-않음’이 ‘글-줄이기’의 원리가 됨을 증명하고, 줄이기의 세 방법(골자추리기, 논지잡기, 벼리당기기)을 설명했으며,
열한 번째 나누기는 논증이 ‘따지기와 밝히기’로 풀이될 수 있음으로 내보이고, 논증의 원리로서 ‘똑바로 갈라놓기와 올바로 나타내기’를 설명했으며,
열두 번째 나누기는 견해를 ‘보는 바’로 새길 수 있음을 드러내고, 그것의 원리가 ‘흐름잡기와 맞춰나가기’임을 밝혀냈다.
나누기는 다시 “도막”으로 나뉜다. 도막은 길이를 가진 어떤 것을 짤막한 크기로 잘랐을 때 떨어져 나온 토막을 말한다.
도막은 마디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손가락(도막)에 손가락마디가 있는 것에 빗댈 수 있다. 마디는 어떤 것과 어떤 것을 이어주는 이음매 또는 그 이음매를 가진 동강이를 말한다.
마디는 생각의 더미를 쌓아둔 가리로 쪼개질 수 있다. 가리는 단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가지런히 쌓아올린 더미이다. 단은 볏짚과 같은 것을 손으로 들기에 좋은 크기로 묶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단락(段落)”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고마움 말>
이 책은 지은이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용인외고 그리고 법학적성시험(LEET) 논술특강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기초로 한다. 한국외대에서의 논술 강의는 논술 교사를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되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주로 논술의 원리와 방법에 대한 강의, 수사학적 글쓰기에 대한 강의, 에세이 쓰기와 비평문 쓰기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 책의 이론적 측면은 대개 대학 강의실에서 가다듬어진 것이다. 용인외고에서의 논술강의는 수능논술과 시사 논술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리트논술에 대한 강의는 실제로 출제된 리트 논술 문제를 이론적으로 해설하고, 그에 답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책은 지은이의 논술 강의에 참여하여 논술문을 제출하고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던 수많은 수강생들에게 빚지고 있다. 이들의 경청과 참여가 없었다면 이런 종류의 책은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출판과 관련해서 지은이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연구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에 고마움이 크다. 만일 철학연구소 윤성우 소장님께서 이 책의 출판을 적극 권유해 주고, 연구소 기획도서로 추천해 주지 않았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외대 철학과 박 치완 교수님께서 이 책의 가치를 적극 옹호해 주시고, 아낌없는 지원을 베풀어 주지 않았다면, 이 책의 출판은 중도에 좌절되었을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도전적 글에 대한 연구를 흔쾌히 지원하고, 글을 끝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탁경구 님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2011년 8월
지은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