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증보판에서 변한 것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개정증보판은 초판이 발표한 시점에서 9년이 지난 시점에서 변화한 대중가요 LP 지형도에 발맞춰 음반의 선정에 고민을 반영했다. 100여 장의 음반이 늘어났으며, 의미가 반복되거나, 비중이 낮아진 음반을 뺐다. 내용이 방대하여 글자 폰트가 작다는 초판에 대한 불만을 접수해 책의 판형과 글자 크기를 과감하게 키웠으며, 많은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전체 디자인에 통일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했다. 앨범의 금전적 가치는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공정하게 가격이 형성·유지되고 있어서 그 가치를 저자가 매기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이번 개정증보판은 더 다양한 레코드를 더 시원한 판형으로, 통일된 느낌으로 보고 읽게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시대와 호흡한 LP
LP는 롱 플레이(Long Play)의 약자로 한 면에 3분 20여 초를 수록할 수 있었던 SP(Standard Play)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었다. 에디슨이 만들었던 실린더 방식의 재생매체는 SP, 양면 SP를 거쳐 LP로 변했는데, 처음 10인치로 만들어졌으나 노래를 더 수록할 수 있는 12인치로 발전했다. 식민지 시대 창가와 대중가요를 담은 SP는 비록 가난한 서민들이 접할 수 없는 고가의 신문물이었지만 나라 잃은 복받치는 설움을 대변해주었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전쟁은 강토를 폐허로 만들었다. 실향민과 이산가족이 넘쳐났다. 이들의 슬픔을 대변해준 것 역시 대중가요였다. 비가의 정서가 담긴 대중가요 전통의 시작이었다. 군사 독재 정권과 번민하는 청춘이 대립했던 70년대 뒤늦게 발전한 포크는 담담한 언어로 우리의 꿈과 현실을 노래했다. 특히 CD와 디지털 음원이 넘쳐나지만 따뜻함을 간직한 아날로그의 사운드로 지나간 시대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것은 LP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음악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의 실체에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다.
노래에 담긴 사연,「사노라면」은 누구의 노래인가?
안성기와 박중훈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 「칠수와 만수」의 주제가인「사노라면」은 전인권이 불러서 유명해졌지만, 어떤 일인지 이 노래의 작사, 작곡가는 불명인 체 구전가요로 떠돌았다.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던 많은 노래는 폭압과 검열에 의해 금지곡이라는 낙인으로 당대의 떳떳하게 누구의 노래라고 밝히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연원을 살펴보면 이 노래가 길옥윤의 곡임을 알 수 있다. 66년 김옥윤의 작곡집에 당시 인기 가수였던 쟈니 리가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제목으로 취입을 했다. 대형가수 정미조가 히트시켜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소월의 시를 가요화했던 「개여울」의 오리지널 가수가 KBS 전속가수였던 김정희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펄 시스터즈의 데뷔 곡 「커피한잔」도 한국 최초의 창작 록 앨범인 신중현의 에드훠 첫 앨범에서 이미 리드보컬 서정길이 「내 속을 태우는구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고 김광석이 불렀던 「저 하늘의 구름 따라」는 90년 대 이후 양희은의 음악 감독이었던 김의철의 「불행아」가 그 원곡이며, 이제는 고인이 된 사랑과 평화의 이남이가 히트시켰던 「울고 싶어라」를 먼저 녹음했던 여자 가수는 김세화였다. 노래의 가수가 바뀌고, 노래의 주인이 사라지는 기막힌 사연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