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작가님! 누가 에베레스트 등정기에 그런 걸 써요?”
“아니, 편집자님! 밥 먹고, 자고, 다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난 거짓말 안 해.”
누구든 그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멋진 문구로 포장된 여행기나 체험기를 보고 선뜻 ‘나도?’ 하며 도전했다가 현실을 깨닫는 경험 말이다. 뭐든 직접 해보면 불편한 건 다 있고, 힘들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런 부분을 지운다. 왜? 매력 없으니까. 우리에게 감동을 줘야 하고, ‘나도 가볼까?’라는 마음을 안겨줘야 하니까. 이런 콘텐츠는 결국 과하게 포장되어 극적인 면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막상 우리가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인스타의 셀럽을 쳐다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구연미 작가의 글은 솔직하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다. 콘텐츠의 본질은 결국 ‘인간의 매력’에서 온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산책 다녀오겠습니다』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큰 감동을 주는 상업 영화보다 소극장에서 하는 코미디 연극과도 같다. 소박하지만 직관적으로 재미있고 공감대가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내가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에 가면 저렇게 행동할 것 같다. 가다가 집에 가고 싶을 것 같고, 근데 또 왔으니까 이 악물고 올라갈 것 같다. 이 책은 EBC를 등정·정복하는 이야기이기 전에 인간적인 우리의 모습을 그려 놓은 에세이일 뿐이다.
그녀가 밝히기로 EBC에 가는 것이 버킷리스트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보면 거대한 에베레스트보다 어딘가를 걷고 있는, 어떤 한 사람이 더 크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