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노래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는 기원전 1~2세기부터 시작하여 19세기까지 약 2천여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한국의 고전시가를 학문적 관점보다는 인간과 삶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고전시가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다방면으로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 삶에서 노래란 무엇인지, 노래를 통해 알 수 있는 옛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꼼꼼하게 살핀 책으로는 거의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① 한국의 고전시가를 문학적 특질에 따라 구분하고 체계화한 연구는 상당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ㆍ삶ㆍ노래의 본질 등에 주목한 책으로는 처음이며, ② 한국의 고전시가를 문학적 진지성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가까이하는‘노래’라는 관점에서 살핀 점이 특이하고, ③ 2천여 년 동안 전개된 한국의 옛노래를 인간과 삶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핀 것이 색다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시대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다를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노래의 형식은 바뀌어 왔지만, 사람은 언제나 마음을 노래한다는 평범하면서도 영원한 진리를 다시 한번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책 내용
이 책은 시대별로 형식과 내용이 바뀌면서 전해 내려오는 노래를 그 시대의 삶과 연관시켜 살펴보고 있다.‘상고 시가’로 전해지는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 등 세 편의 노래는 죽음과 사랑, 그리고 탄생 설화를 담고 있다.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하여 우리말을 표기한 향가는 신라시대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신라 사람들도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로 표현하였고, 당대의 종교였던 불교의 힘에 의지하여 개인적인 소망을 기원하였다. 특히 주술적인 노래를 통해 자연의 이변을 다스리고자 한 것에서 노래가 지닌 신통력을 강하게 믿었음을 알 수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앞 시대와는 다르게 매우 다양한 노래들이 창작되고 향유되었는데 내용이나 형식에서 일정한 틀이 없어 이 시대의 노래를‘고려 시가’ 또는 ‘고려 속요’라고도 한다. 우리말의 묘미를 살려 여음을 활발하게 활용하였고 사랑을 갈구하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므로 후대에 와서는‘남녀상열지사’라고 지탄을 받게 된다. 조선시대로 들어오면 개국의 정당성과 필연성을‘악장’이라는 형식으로 노래하면서 새 왕조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켰고, 지식인들은‘시조’라는 45자 안팎의 짧은 시형에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선비정신을 담아내었다. 시조와 함께 긴 노래의‘가사’역시 선비들이 즐겨 지은 노래 형식인데 조선 후기로 오면서 향유 계층이 확산됨과 동시에 본래의 율격적 단정함이 많이 흐트러지게 된다. 또한 대가를 받고 노래를 파는 직업이 생겨나고 계층과 상관없이 자신의 경제력으로 그것을 즐기는 유흥적 환경이 조성되면서‘잡가’라는 노래 형식이 만들어지는데, 이 때부터 노래는 점차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고 고전 시가의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된다. 즉 노래와 시의 결합이 끝남으로써 문학과 음악이 별개로 인식되고 오락의 기능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대중가요 시대로 노래의 성격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