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철학방법론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국내 최초의 연구서!
이 책은 칸트에 와서 본격화된 문제인 철학적 반성의 성격과 선험철학적 방법론을 ‘경계의 철학’이라는 이름 하에서 탐구하고 있는 연구서이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칸트 연구서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이 칸트 철학의 내용을 탐구하고 기술하는 일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그의 철학방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칸트의 철학방법론에 온전히 집중한 연구서로서는 국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칸트의 철학방법론에 관한 탐구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칸트 이후 서양철학의 전개와 분화에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칸트가 전통 형이상학의 초월성을 거부하고 절대적인 철학적 반성이 가능한 인간 경험의 경계선상에서 작업을 했다면 이후의 철학자들은 그러한 반성의 지점 자체를 절대화하기를 거부했다. 헤겔 변증법이나 현상학, 논리실증주의, 과학주의, 해체주의의 방법을 이해하는 데 칸트의 선험철학적 방법은 매우 중요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칸트의 작업은 무엇보다 ‘철학이라는 사유 또는 반성이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향해 있다. 철학은 대상에 관한 인간의 사유를 문제 삼지만 그 또한 하나의 사유이기 때문에, 사유의 무한소급 문제를 안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철학적 반성이 궁극적인 것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칸트의 선험철학은 앎이나 도덕과 관련해서 이러한 궁극적 반성과 토대를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에 관한 인간의 앎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고 있는 철학적 반성의 지점은 앎과 앎을 넘어서 있는 것을 구획 짓는 좁은 경계에 위치해 있고, 이 좁은 경계가 바로 칸트가 전통 형이상학을 파괴하고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형이상학의 영역이자 방법론인 것이다. 이 책의 주된 목표는 바로 이러한 칸트의 새로운 철학방법론, 즉 선험철학 방법론이 지니는 철학적 함축을 드러내려는 데에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칸트의 선험철학 방법론을 ‘경계에서 사유하기’로 규정하고 다각도에서 이를 면밀히 논증해내고 있다.
철학적 방법론으로서의 칸트의 철학을 조망하는 일은 오늘날 철학이라는 학문담론에 대한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철학은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이성에 의한 인간 탐구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탐구가 논리적 뼈대와 강력한 방법론적 사유, 그리고 그로부터 구축된 체계를 갖는 점에서 예술과는 구분된다. ‘학적 엄밀성’ 개념 아래 전통 철학자들이 추구했던 것은 방법으로서의 철학이었다. 칸트의 방법론에 대한 이 책의 다양한 논의와 해석들을 통해 독자들이 철학 자체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될 것이다.
▣ 책 내용
이 책은 총 4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험적 연역의 과제, 분석적 선험논변의 문제, 제1자 관점의 마음이론 등 선험철학의 쟁점들을 살펴보고, 한계의 철학 혹은 경계의 철학으로서의 칸트의 선험철학을 해석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칸트의 선험철학적 방법론을 논하고 있다.
이중에서 2장 ‘칸트철학 용어 번역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의 칸트 연구자들 간에 용어 논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용어 번역이 어떻게 해석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이다.
또한 우리가 이 세계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이 과연 참이냐 하는 회의주의적인 가설은 철학적으로 논박하기 쉽지 않은데, 이러한 회의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인간의 의식 전체의 참된 가능성을 묻고 있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관해 논하고 있는 6장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8장 ‘선험적 방법론의 성과와 한계’에서는 칸트의 철학적 방법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고, 4부 전체에서는 철학과 과학, 철학과 종교 사이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