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인간 활동이다. 태초의 인간은 춤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춤에는 그 나라의 원형질인 문화적 감성과 민족적 기질, 사상이 정제되지 않은 채 기록되어 있다.
춤은 인간의 몸을 매체로 움직임을 형상화해 내는 예술이므로 몸을 통하지 않고 춤을 볼 수가 없다. 또한 몸에 대한 인식은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동서양이 각기 다르므로 춤의 모습 역시 동서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동서양의 춤은 그 외형과 정신, 지향하는 미적 이상과 가치, 감상 방식과 존재 구조가 판이하게 다른데, 그것은 세계와 예술을 바라보는 동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 책은 그와 같은 동서양의 각기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이 어떻게 춤을 통해 드러나는지를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에 관한 동서양의 사상과 예술 이론,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과 사회상들이 춤과 몸에서 각각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논하면서 그 모든 현상들이 동서양의 자연관, 인간관, 세계관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또한 근대 이후 우리의 학계나 문화 예술계를 선점한 서구의 예술 이론과 사고방식에 의해 한국의 전통 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현실을 되짚어 보면서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우리의 고유한 미의식으로 조망하고 있다.
저자는 춤 분야에서의 몸 이론을 대표하는 본서가 타학문과의 간학문적 연구를 촉진시켜 학문의 동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오늘날과 같은 신체문화 시대에 춤이 지니는 위상과 가치를 일반인과 무용 전공인들에게 널리 알려 춤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책 내용]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춤과 사상」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과 자연사상을 동서양의 각기 다른 이상적인 춤의 모습과 관점 그리고 이념과 함께 살펴본다. 동서양의 몸에 관한 이론들을 비교 정리하고 춤과 움직임 특성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몸에 대한 인식을 다루고 있다.
제2장「춤과 예술」에서는 춤의 예술성과 정체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서양의 미개념과 예술 이론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고유한 한국의 미의식과 예술 인식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제3장「춤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동서양의 각기 다른 커뮤니케이션 사상과 소통 방식을 동서양 춤의 의미 구성 방식과 표현의 특성 속에서 설명하고 처용무에 나타나는 음양론적 의미의 구조를 한국적 움직임 커뮤니케이션 혹은 의미화 방식의 일례로 다룬다.
제4장「춤과 사회」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와 20세기 초의 서구 사회, 그리고 근대화 시기의 조선 사회에서 춤이 담당하였던 위상과 춤과 몸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춤과 몸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사회상을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