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성격

한국에 근대 문명이 유입되기 시작하던 20세기 초에 함경남도 안변군의 시골에서 태어난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일제에 강점당한 조국의 현실이나 주변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약하고 힘이 없으면 권리를 빼앗긴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체득한다. 그러면서“커서 나라를 위해 그리고 여성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분명한 소망을 갖게 되고 이후의 그의 삶은 매순간마다 조국과 여성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선각자로서의 결단을 내려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여성의 역사를 헌법ㆍ여성학ㆍ교육ㆍ여성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척하고 확장시키면서 새로운 여성사를 써온 그의 70평생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은 알게모르게 그의 덕을 입고 살아온 우리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며, 특히 꿈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살아 있는 여성 위인전으로 읽힐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이 책은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이며 이화학당 이사장의 삶의 족적을 4부로 나누어서 보여주고 있다. I부는 “힘이 없으면 권리도 빼앗긴다”는 자각을 처음 하였던 어린 시절“여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당찬 생각을 품었던 소녀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당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헌법을 전공하였고, 유학을 하여 미국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모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면서 여성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자 모색하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이 때 가족법에 양성평등 조항을 집어넣음으로써 후에 호주제 폐지를 가져오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여성주의 법학 교과서인『법여성학』을 공저하여 법 속에 숨어 있는 합리적 차별의 실체를 밝혀내었다. II부는 크리스찬 아카데미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그의 여성운동 이론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시기이다. 선천적으로 남녀가 다르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다르게 길러진다는 그의 여성 이론의 전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인간화 선언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다시 여성신문 창간의 모태가 되며, 학문으로서 여성학이 탄생되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III부는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 시절로서 그는 이 때 정부 각 부처에 여성정책주류화의 초석을 놓았고 여성할당제의 물꼬를 텄으며 남녀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IV부는 이화여대에서 교육자로서 학자로서 경영자로서 그가 품고 있던 이화여대의 21세기 비전을 실현시켜 나간 시기이다. 모교 최초의 직선 총장으로서 재임하던 시기, 세계 여성교육기관 중 최초로 공대를 설립하여 여대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는데 이것은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21세기 여성상인 통합여성상과도 잘 들어맞는다.
윤후정 이화여대 명예총장은 평생을 끊임없이 한국 여성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왔고, 그것이 마침내는 민족 사랑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