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이라는 창문을 통해 인간 생활, 인간 사회-문화 총체를 조망하기

조선 왕조 시대의 여자들도 요즈음의 ‘퀼로트’에 해당하는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말군(沫裙)이 그것인데, 이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유모(乳母)의 말군(沫裙) 의녀(醫女)의 말군(沫裙)(삼간택후예별궁반차도 三揀擇後詣別宮班次圖)

“말군은 왕조 시대 부녀 기마의 풍습을 말해 주는 특징적인 옷이다. 그 모양은 치마허리에 주름잡은 바지를 붙인 것과 같으니 치마바지라고 이름할 수 있는 형제다. 이것을 치마 위에 덧입어 말타기가 편하게 한 것인데, 왕조 초기 기록(세종실록 권8)에는 반가녀가 이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논란이 되고 있다.” (p.172)
이로써 우리는 조선 시대 여자들이 퀼로트와 비슷한 ‘말군’이라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 외에, 여자들이 말을 타는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 수 있습니다.

이경자 교수의 노작 『우리 옷의 전통양식』은 복식이 가장 가시적인 문화 요소 중의 하나이며, 복식에는 그 복식을 있게 한 자연과 정치?경제?사회적인 여건, 그리고 그 복식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생활 감정과 미의식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 줍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복식을 안다는 것’은 복식이라는 창문을 통해 인간 생활, 인간 사회-문화 총체를 조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책은 우리 옷의 전통성과, 그 오랜 전통을 통하여 달성한 전통 한복의 문화적 가치를 되도록 간명하게, 실증적으로, 체계를 세워 설명함으로써 우리 복식 전통의 남다른 의미를 확인하고, 전통 한복이 이루어낸 미적 가치를 입증해 줍니다.

우리 옷의 원형 찾기

복식사의 기본은 실물 고증입니다. 그러나 이는 미시적 형태론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어, 복식사 전체의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복식사는 형태론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되, 그 인식은 형태론보다 넓은 양식론에까지 미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옷의 전통 양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복식은 지리적?인종적 조건,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사적 현실, 이념과 생활 의식 등 정신사적 흐름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유동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한 번 형성된 양식의 맥이 끊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여건을 만나 변용되기도 하며, 양식과 양식이 융합하여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옷의 전통 양식을 어디에서 찾을까 하는 것에 대한 해답은, 그 같은 복식 양식의 유동 또는 전개 과정 속에 있으며, 그 시발은 우리 옷의 원형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출발한 이 책은 4부로 나누어 우리 옷의 양식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상고 시대 우리 옷의 원형을 상정하고, 여기에서 나온 우리 옷의 고유 양식을 탐색한 것입니다. 이 작업은 우리가 왜 한복이라는 특징적인 복식 양식을 갖게 되었는가를 밝히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상고 시대로부터 삼국 시대까지를 다루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 고유 양식이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쳐 전통 한복 양식을 꽃피웠는지에 대한 추적입니다. 시기적으로는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전기가 고찰 대상입니다. 이 시기 우리 옷의 주요 변인은 당복(唐服)과 몽골풍의 영향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상고 시대 우리 옷의 고유 양식이 줄곧 전승되고 있음을, 각종 문헌과 실물 자료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상은 상고 시대 이래 우리 옷의 변천을 통시적으로 고찰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조선 시대 중?후기 우리 옷의 전통 양식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편의상 신분 복식, 의례 복식, 생활 복식으로 나누어 서술했으나, 모두 전통 양식의 우리다운 특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부분은 한 시대의 복식 현상을 공시적으로 살핀 것입니다.

네 번째는 이렇게 고증한 전통 양식의 평가이며, 특히 전통 양식이 이룩한 복식미를 따로 검증했습니다. 전통 한복 양식의 구조와 조형의 특징을 살피고 디자인 이론을 원용하여,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한 분석 평가를 시도한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 복식사의 방법」을 덧붙여, 복식사 연구의 특성과 사료 연구, 복식사 해석 방향 등을 제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