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이 책은 여성주의의 시각에서 교육을 조명해 보고 최근의 교육학이 간과하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교육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연구서이다. 요즘 같은 다문화 시대의 평생학습 사회에서, 교육이 ‘닫힌 공간에서의 지식 습득’보다는, 가정 ? 학교 ? 지역사회 등 ‘삶의 현장에서의 관계맺음’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함을 논리적으로 밝혀 주고, 사례를 제시해 준 성찰적 교육학 저서인 것이다. 여성주의는 약자의 입장에 있던 여성의 불평등성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약자 위치의 모든 대상으로 그 관점이 확대되어 왔다. 여성주의 교육학이란 약자 우선 관점을 가지고 사회적 타자를 감싸 안으려는 대안적 교육이론 및 실천 학문을 일컫는다. 이것은 여성 대상 또는 여성에 의한 여성 중심의 교육학이 아니라, 모든 교육 구성원들이 여성주의 가치를 교육학에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교육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육학 저서들과는 명백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으며, 이 점에서 교육학계의 특별한 관심을 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을 통하여 저자는 기존의 교육이 삶과 유리된 학교 교육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관점 전환을 요구한다. 또한 학교 교육이 남성 중심의 지식과 교육 관점에서 제도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교육은 남성 중심의 서당과 향교였으며, 그곳에 여성의 삶과 학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전통이 계승되어온 제도권 교육에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은 항상 배제되어 왔으며 여교사가 70%를 넘는 현대 사회의 학교에서도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남성 중심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주로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살림’을 담당해 왔으나, 제도권 교육에서 여성들의 삶과 학습을 통한 ‘살림의 지혜’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들의 전통적 학습 경험인 돌봄과 살림의 지혜, 즉 사적 영역에서 살림을 담당했던 여성의 학습 경험과 가치를 공적 교육 영역에 적용해야 함을 주장한다. 이를 통하여 학교는 대량 생산의 ‘공장 모델’이 아니라 돌봄과 배려의 ‘가정 모델’로 바뀌어야 하며, 교육 리더십에 의해 대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타인의 학습을 고무하는 ‘살림’의 학습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교육의 목적과 내용 그리고 형식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며, 기존 교육학의 중심에 있던 학교교육학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교육학, 살림의 교육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교육과 교육학은 다양한 삶의 현상과 별도로 추진되고 있고 제도권에서의 형식 교육이 ‘지식 교육’의 이론에 초점을 두었다면, 향후 교육학은 삶의 터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맥락을 반영한 ‘관계 형성’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교육학이 되어야 한다. 지구환경이 위협받고 생태계와 생명에 대한 각종 위험이 도사리는 시대에 인류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은 객관적 지식 습득보다 관계 형성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일깨우도록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교육에서의 관계 형성은 ‘나와 타인’ ‘나와 환경’ ‘나와 사물’ ‘나와 지식’ 등 다양한 관계맺음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의 목적이 바뀌어야 함을 요청하는 것이며, 이는 개별 중심의 원자론적 인간관의 한계를 벗어나, 연대론적인 인간관으로 확대하여 교육이 실천되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 책 내용
이 책은 총 3부로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에서 다루는 주제와 부제는 교육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제1부와 제2부는 여성주의 교육학의 이론과 교육 원리 및 사례를 ‘개별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라는 맥락에서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학 저서와 다른 내용은 제3부로서 여성주의 교육의 실천에 관한 영역이며, ‘공장 모델에서 가정 모델로’ 라는 부제가 나타내 주듯이 교육 현장의 교육 모델이 생산을 위한 공장 모델에서 생명 살림을 위한 가정 모델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교육 리더십에 의해 대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타인의 학습을 고무하는 ‘살림’의 학습 리더십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각 장별로 살펴보면, 제1장은 여성주의 교육학의 이론적 기초, 제2장은 여성주의 교육학의 연구 동향, 제3장은 여성주의 교육학의 연구 방법, 제4장은 여성주의 교육학의 연구 과제 등 학문적인 개념과 연구 접근 영역을 다루고 있다. 제2부는 여성주의 교육의 틀을 구성하는 것에 관계하며, 돌봄, 타자 배제 극복의 교육원리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과학적 지식에 젠더가 개입함으로써 어떻게 우리의 지식, 경험, 삶이 변화할 것인가를 다루며, 제6장에서는 여성주의 교육학의 가치를 여성주의에서 발견하여, 그 속성을 밝혀주고 있다. 제7장에서는 가정교육과 공동체 교육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러한 학습 문화의 특성을 밝혀 주고 있다. 제3부는 여성주의 교육의 실천에 관한 영역으로, 교육 현장 모델이 생산을 위한 공장 모델에서 생명 살림을 위한 가정 모델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8장에서는 새로운 학습 조직의 탄생으로 학교 교육이 거듭나야 함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학교혁명론을 다루었으며, 제9장에서는 여성주의 시티즌십의 형성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며 생활 세계를 위한 교육이 전 지구적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함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제10장에서는 학습 리더십의 개념과 실천 사례, 그리고 여성주의 학습 리더십의 발휘에 대하여 서술하며, 학습 리더십은 기존의 교육 리더십의 대안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