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된 1990년대 이후 시장질서에 압도되었던 노동법이 다시 본연의 임무를 깨닫고 자신의 독자성과 규범력을 회복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연구서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노동 판례와 노동관계법의 변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노동법이 사회법으로서의 의의를 회복하고 재활성화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양극화 등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노동법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 노동 판례에 대한 개별적 연구 결과를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동법 학계에서는 판례 법리의 변화 추세에 주목하고 관련 판결의 의미와 영향 등을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개별 판결이 다룬 개별 쟁점에 주목하여 고립되어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노동 판례 변화의 전체적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한국에서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화된 2000년대 이후 노동법의 각 영역에서 판례가 변화하는 모습을 통합적으로 살펴보았고, 그 작업의 결과는 근로빈곤층, 사회적 양극화, 비공식 고용의 확대 등의 사회 현실에 대해서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했는지를 파악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의 노동 판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수의 임금 근로자와 노무공급자들이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도 들여다보았다. 이와 더불어 냉혹한 시장질서 아래에서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함으로써 노동법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고민해본다.
▣ 책 내용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서론’에서는 한국의 노동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노동 관련 정책의 흐름을 살펴보고 각 장에서 고찰해볼 내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제2장 “구조조정 정책과 노동법”에서는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이 정착되는 과정과 노동법의 쇠퇴 및 회생 과정을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고용 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비정규 근로자의 증가, 기업 경영의 유연성과 경제 성장 및 국민 생활수준 향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법원의 시각 변화 등을 살펴본다.
제3장 “비정규 근로와 노동법”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보호 법리,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보호 법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비정규 근로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법원이 갱신 기대권 법리를 통해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게 된 상황을 되짚어보고 이러한 판례 법리가 2006년 제정된 기간제법과 함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호 법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제4장 “비공식 고용과 노동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입법 논의와 비공식 고용의 공식 고용화 논의에 대해 분석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무 공급 방식과 사법적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공식 고용 전환을 위한 보호 입법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정부 당국이 적발과 제재라는 행정적 수단과 금전적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제도의 구성을 통해 이들을 사회보험의 적용 범위 안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제5장 “파업과 단결 금지 법리”에서는 단결 금지 법리의 정립 과정과 2011년 이후 그것이 부분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파업에 적대적인 판례 법리는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급속한 팽창과 1997년 외환위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파업에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되면서 법원은 한국의 구조조정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는 법리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단결 금지 법리는 2011년 3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부분적으로 해체되었다.
제6장 “통상임금과 노동법”에서는 1990년대 초 통상임금 법리가 형성되는 과정 및 임금일체설의 채택이 그 법리에 미친 영향, 그리고 2012년 금아리무진 사건 이후 진행된 논쟁의 개요 및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본다.
제7장 “노동법의 위기와 회생, 그리고 과제”에서는 1990년대 이후 노동법이 경험한 위기 상황과 재활성화 과정을 요약하고 노동법의 미래 과제를 제시한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노동법의 완성을 위한 독자적 소송 절차와 노동법원 체계 확립, 비정규 근로자가 대다수인 현재의 상황에 맞춘 노동법의 역할 재고, ‘사업’ 개념의 재조정으로 다양한 기업 내에서 노동법과 사회보험법적 보호 관철시키기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