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화의 신화적 상상력을 찾아서
신화는 현실세계에 강한 관심과 애착으로 현실을 좀 더 지적이고 심층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일 것이다. 따라서 신화의 아우라를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보다 윤택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서 만나게 되는 <달래->라는 접두어를 가진 지명들의 유래를 음미하고, 유적지 곳곳에 있는 <삼신산>이라는 명칭들의 유래를 생각해보고, 이상할 정도로 큰 눈을 가진 물고기들에서 신화의 인면어들을 생각하고 인어아가씨와 인어아저씨를 떠올리며, 월드컵의 붉은 악마의 상징인 치우의 정신을 느끼며, 고분벽화나 박물관에서 만나는 벽화의 상징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심지어 로봇을 보면서 저 기굉국의 외팔이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삶의 편린들이 각각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신화적 사유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밧줄 역할을 넘어서 현재의 삶을 보다 잘 이해하게 해 주며 미래를 예측하게 해 준다. 최근에 일어났던 재앙인 아시아 쓰나미섬의 해일과 미국 뉴올리언즈에 불어 닥친 카트리나의 피해는 신화 속에 자주 보이는 홍수신화를 상기시킨다. 어쩌면 아주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해일이나 허리케인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게 되며 그러한 홍수 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홍수신화로 회자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하게 된다. 모름지기 신화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사유의 공분모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신화를 보편적 문화의 원형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동서양의 신화를 구분하기보다는 그 의미의 원형이 문화에 반영된 것에 중점을 두고 읽어나가려고 한다. 신화와 은밀한 대화를 시작하면 신화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수수께끼를 던진다. 우리가 한 고개 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지적 즐거움이라는 마술의 떡을 던져 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