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주 보자기로 겹겹이 싸서 간직해 두었던 동주의 육필 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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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가 검거된 반 년 후, 나는 소위 학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피차에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마당에 이르러 나는 동주의 시고를 나의 어머님께 맡기며, 나나 동주가 돌아올 때까지 소중히 잘 간수하여 주십사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동주나 내가 다 죽고 돌아오지 않더라도 조국이 독립되거든 이것을 연희전문학교로 보내어 세상에 알리도록 해달라고 유언처럼 남겨놓고 떠났었다. 다행히 목숨을 보존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자 어머님은 명주 보자기로 겹겹이 싸서 간직해 두었던 동주의 시고를 자랑스레 내주면서 기뻐했다.”
윤동주와 절친한 사이였던 정병욱 교수가 전쟁터로 떠나면서 유언처럼 얘기했던 말이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흘러 연세대학교에서 시전집을 출판하게 되는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이 책『원본대조 윤동주 전집 하늘과바람과별과詩』는 연세대학교 판본으로 윤동주 정본을 만들어 윤동주 시 애송자들은 물론 그 연구자들에게 윤동주 시 세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려 했던 그 동안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 전집에 실은 윤동주가 남긴 작품들은,『나의 習作期의 詩가 아닌 詩』『窓』『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등 세 개의 원고 노트 묶음 및 윤동주의 산문집과 낱장 원고들, 본인이 직접 스크랩한 신문·잡지 발표 작품들, 그리고 스크랩되지 못한 작품으로서 편자들이 별도로 확보한 신문·잡지 발표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대어문과 원문 두 가지로 나눠 수록하였다. 이미 1999년 윤동주의 모든 것이 사진판으로 세상에 공개되었으나, 이번에 연세대학교에서 출간하게 된 시전집은 윤동주의 의도를 정확하게 찾아내어 이를 현대 한국어로 복원해 내는 일, 즉 이상적인 정본을 만들어 내는 데 힘썼다. 많은 부분이 미확정 상태로 남아있는 윤동주의 원본 텍스트들은 수많은 연구자들의 땀과 피를 기다리는 미개척림과도 같으며, 이 책이 그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