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나 ‘정보’보다 중요한 ‘생각’
20세기 말 이후를 흔히 ‘지식’의 시대, ‘정보’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라 명하는 인류 역사 이래로 늘 변하지 않는 것은 ‘사고’의 시대이다. 사실 ‘사고’, 즉 ‘생각’은 ‘지식’이나 ‘정보’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도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사람들에게 시시때때로 “너 무슨 생각을 하니?”라고 물으며, 또 늘상 “난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은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나 정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삶과 일에 있어서 지식이나 정보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생각이기 때문이다. 지식이나 정보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느냐가 대개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이 책은 이처럼 중요한 생각에 대한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사고학 탐구서이다.
바뀌지 않는 기본은 ‘지식’보다 ‘생각’
저자인 박기철 교수는 이렇게 중요한 생각이 이 시대의 패션이자 트렌드인 ‘지식’과 ‘정보’에 가려져 왔기 때문에 이제 다시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한다. 이 책 ??패러다임 사고학??은 본격적으로 ‘생각’에 대해 다룬다. 패러다임 사고학이란 한 마디로 ‘뻔한 생각을 넘는 다른 생각’의 모색이다. 이 책에서 ‘패러다임’이란 ‘관점’이다. 이런 패러다임(paradigm)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면, 저런 관점(paradigm)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관점의 생각이 지배적일 때 저런 관점의 생각을 탐색한다. 새처럼 높은 데서 넓게 보는 조감적 관점에서… 패러다임 사고학은 이성적 사고로 이치를 따지는 논리학도 아니며, 관념적 사고로 인생을 논하는 철학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생각에 대해 관점을 달리 하자는 생각의 제안이다. 패러다임 사고학을 제시하는 Paradigm Shifter, 박기철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를 둘러 싼 10가지 일상 주제에 대해, 각각 10개의 글로서 이런 뻔한 생각을 넘는 저런 다른 생각에 대해 바로 앞에서 말하 듯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충실한 사고가 패러다임 사고학의 요체
이 책은 실용적 처세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대개의 실용 처세서들이 누구나 알 수 있는 뻔한 생각들을 알기 쉽게 담고 있다면, ??패러다임 사고학??은 이 시대의 절대적?지배적인 뻔한 생각과 다른 생각을 담고 있다. 여기서 다른 생각이란 틀린 생각이 아니라 뻔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생각이다. 뻔한 생각의 틀에서의 좋은 생각이란 결코 다른 생각이 아니다. 다른 생각이란 튀는 생각도 유별난 생각도 이상한 생각도 아니다. 다른 생각이란 그냥 해오던 식대로 하면 틀린 생각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리있는 생각이다. 맞는 생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맞을 수 있는 생각이다. 또 다른 생각이란 기본을 깨는 생각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생각이다. 기본을 알아야 기본을 깰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뻔한 생각을 넘는다는 것은 뻔한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뻔한 생각까지 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패러다임 사고학의 요체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사고학을 이해하며 수용하면 변화무쌍한 세상을 순리적으로 헤쳐나아갈 수 있는 힘찬 기가 얻어지지 않을까?
패러다임 사고학의 역사적 계보
원래 패러다임 사고학의 계보는 사실 매우 길며 다양하다. 석가모니는 눈으로 보이는 확인에서 안 보이는 각성으로 불교 철학을 제창했고, 공자는 힘의 지배에서 인의 정치로 유교철학을 제창했다. 노자는 인위적 정치에서 순리적 무위로 도교철학을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에서 현실로 서양과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예수는 유태인 선민사상에서 만민 구원사상으로의 기독교 신앙을 제안했고, 코페르니쿠스는 지구 중심에서 태양 중심의 세계관을 제시했다. 세잔느는 객관적 대상에서 주관적 인상을 묘사하는 인상주의 미술을 시작했으며, 니체는 윤리의 방법에서 윤리에 대한 물음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마련했으며, 프로이트는 의식의 정신에서 무의식의 정신을 제시했다. 하이젠베르크는 알기 위한 과학에서 알 수 없는 과학으로 양자역학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프리초프 카프라는 숨겨진 질서에서 숨겨진 관계로의 복잡계 물리학을 제안했다. 이렇게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새로운 패더다임의 사고를 제안한 것이었다. 이 패러다임 사고학의 저자는 그러한 역사적 계보와 같은 맥락에서 뻔한 생각을 넘는 다른 생각의 패러다임 사고학을 제안하는 것이다.
패러다임 사고학의 10가지 주제
이 책이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우리 일상적 삶에 가장 가까운 ① 공부, ② 사랑, ③ 생활, ④ 지혜, ⑤ 건강, ⑥ 영업, ⑦ 문화, ⑧ 생태, ⑨ 경제, ⑩ 학문 등 10가지 분야로 생활과 밀착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0개 분야에 각각 10개의 글로 모두 100 꼭지의 글이다. 10가지 주제가 분산될 수도 있으나, 생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될 수 있다. 100개의 글 모두 지금까지의 뻔한 생각을 넘어 다른 생각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그 제안을 순순이 받아들이기 버거울 수도 있다. 우리의 통념의 벽이 너무 높고 두껍고 단단해서… 하지만 그 벽을 넘으면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100꼭지의 글, 그래서 100개의 고개를 넘으면 뻔한 생각을 넘어 다른 생각을 하는, 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다. 생각은 사람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기 때문이다.
10가지 주제 중 ‘영업’에 대한 글
예를 들어 이 책의 한 주제인 영업에 대한 글은 다음과 같은 10꼭지의 글로 되어 있다. 각각의 제목은 좀 도발적인 의문문으로 되어 있다. ① 영업이 인적 판매라고? ②영업이 돈 버는 일이야? ③ 회사를 대표한다고? ④ 전략적이어야 한다고? ⑤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⑥ 친절하게 서비스한다고? ⑦ 주문을 잘 따야 한다고? ⑧ 큰 고객에 집중한다고? ⑨ 고객 리스트가 많다고? ⑩ 고객 만족이 중요하다고? 이러한 우리의 지배적이고 절대적인 뻔한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패러다임 사고학이다. 이 중에서 ④ 전략적이어야 한다고?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영업을 잘 하려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라기보다 “영업이 잘 되려면 순리적 사고를 해야 한다”라는 식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뻔하게 너무 많이 쓰는 전략이라는 말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은 다음에 그 대안으로 순리라는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리는 싸우는 군인도 아닌데, 너무나도 싸워서 이기는 방법인 전략이라는 말을 아무데나 써왔던 것이다. 영업을 억지로 전략적?인위적으로 잘하기보다 영업이 순리적?자연적으로 잘 되려면 겉을 꾸미기보다 속이 알차고 충실해야 한다. 역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다.
패러다임 사고학의 장점
사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이런 책을 쓸 입장에 있지는 않다. 자본주의 시대에 영합하는 가장 세속적 학문일 수 있는 광고홍보학과 교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런 책을 쓰는 게 주제 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의 욕심이 펄펄 넘치는 저자는 인문적 관점에서 그 어느 인문학자나 철학자 못지 않게 세상 철학에 대해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애당초 저자가 책 제목으로 구상했던 것이 ??어느 광고학자의 삐딱한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지식이나 정보보다 우선 생각의 머리를 가꿔야 할 청소년, 설득력보다 공감력을 가져야 할 사회 직장인, 이익 추구보다 가치 제공을 해야 할 관리 경영자가 읽으면 뭔가 무릎을 탁 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가만히 읽으면 생각의 순리적인 싹이 트고, 세상을 보는 철학이 생기며,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지고, 복잡해 보이는 일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가진 생각이 확고하지만 다른 생각을 접할 여유가 있으며 청소년 및 신입사원에게 특별히 해줄 다른 이야기거리를 찾는 중간 관리자 및 중년층 경영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영업을 하는 이들이 읽으면 영업이 잘 될 수 있는 순리적인 기운을 얻을 것이다. 또한 글의 전반적인 구조가 토론하기 좋게끔 이 시대에 민감한 내용으로 생생하고 다양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토론 수업의 보충교재로, 스토리 텔링식의 생생한 글쓰기 교재로도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