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정조가 추구한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이 책은 정조와 정조시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작업의 일환으로, 이제까지의 연구성과를 검토하여 앞으로 정조시대를 살필 때 필요한 공통의 학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즉, 정조와 정조시대에 관련된 기존의 연구 중 주요한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삼아 앞으로의 연구에서 참작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나 시사점을 관련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였다. 특히 정조와 정조시대에 관한 ‘자아인식’을 지표로 삼아 본서의 1부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을, 2부에서는 정조와 조선국가의 이해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였다.
주자학을 총정리하여 정학의 위상을 확고히 세우려 했고 패관소품을 비판했던 도학 군주 정조와, 서양과학 마니아인 서호수의 주장을 받아들인 정조 중, 그의 본래 모습은 어디에 가까운 것일까? 전근대와 근대 사이에서 정조시대는 어디쯤 위치하고,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본서는 그 물음에 대한 진지한 보고서이다.
지금까지 정조와 정조시대 이해를 위한 많은 연구가 있어 왔다. 그러나 각 사건이나 현상을 포함한 시대상이나 각 인물, 사상 등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조시대의 역사적 과제와 정조시대가 도달한 당대의 역사적 수준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이해와 새로운 연구 방법론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6명의 연구자들이 수행한 공동연구의 결과물이다.
?18세기 후반 조선 과학의 역사 시간?에서는 정조대를 중심으로 18세기 후반 조선의 과학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있었고, 어떤 길로 향하고 있었는지 규명해 본다.
?공간에 관한 지식과 정조시대?에서는 지리지식을 역사화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조와 정조시대에 적용해 본다.
?정조의 ‘국체’ 인식?에서는 종래 조선의 자아인식의 문제가 주로 대외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온 점에 주목하고, 이를 확대하여 대내외적인 면을 아울러 검토함으로써 조선후기 정조의 ‘국체(國體)’ 인식이 갖는 특성을 기술한다.
?정조의 군주론과 왕정?에서는 정조의 군주론이 사림들이 주장하는 군주성학론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조의 군주론을 왕도정치의 실현이라는 현실정치와 연결시켜 파악하였다. 그리고 정조 왕정의 지향점이 지역 간?계층 간 갈등을 완화하여 대동사회를 구현하려는 데에 있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정조대 서울ㆍ지방의 분화와 지방사족의 등용?에서는 조선후기 서울과 지방이 분화되는 가운데 정조가 펼친 인재 등용책을 검토한다.
?18세기 국가운영체제의 재정비?는 18세기의 탕평국왕들이 내세운 정치운영에 관해 그 전범과 실제를 검토하고 있다. 필자는 조선초기의 경우 국가중심의 성리학 이해와 이를 기초로 한 국가체제의 운영을 시도한 적이 있음을 주목하고, 18세기에도 이러한 선례를 전폭적으로 인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같은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