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미술’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선교학 교수로서 은퇴한 테오 순더마이어 교수가 주제와 관련하여 발표한 글들을 묶어 우리 글로 옮긴 것이다.
전통적으로 신학, 특히 ‘말씀의 선포’에 비중을 둔 신학의 매체는 주로 언어였다. 지금도 사정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말씀의 역사적 이해를 위한 주석학과 말씀의 올바른 해석을 위한 해석학, 말씀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신학에서 중요했던 것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기껏해야 효과적인 교육 혹은 선교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여겨졌다. 까닭은 말씀은 영원하고 불변하지만, 매체로서의 미술은 시대, 지역, 문화 등 상황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은 파울 틸리히가 지적하듯이 가장 직접적이고 즉시적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행동하시는 증언하는 과제를 가진 신학은 미술과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설교를 ‘말해진 진리’, ‘선포된 복음’이라고 한다면, 예배당, 제단, 제의, 상징, 그림 등의 이미지는 ‘말 안해진 진리’, ‘해석되어야 할 복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메시지는 언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을 포함한 모든 이미지도 메시지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빌라데서가 정당하게 지적한 것처럼 예술에서 우리는 단지 종교적 전통의 비언어적 표현들을 발견할 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자유에 의해 수용되고 있는 계시, 즉 신의 ‘자기의사소통’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신은 이미 ‘자기의사소통적’ 장소로서 예술을 택하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은 계시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미술 속에서 신의 계시 사건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