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의존하는 관계로 연결될 때
우리 모두가 피어나는 돌봄이 가능해진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좋은 삶과 정상성에 관해 논한다. 철학에서 말하는 ‘좋은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피어나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전통 철학에서 끊임없이 탐구되어온 질문을 장애의 렌즈를 통해 숙고할 때, 좋은 삶과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정상성’이라는 개념은 확장된다.
2부에서는 장애와 선택적 임신중지에 관한 논쟁을 살핀다. 장애를 가진 태아를 중절하는 것은 옳은가? 장애를 선별하는 임신중지는, 장애를 가진 삶은 무가치하거나 장애인은 세계에서 환대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장애 선별은 응당 따라야만 하는 도덕적 책무에 해당하는가? 비장애인 아들과 주고받은 편지, 어느 철학자의 주장에 대한 반론 등을 활용하여, 키테이는 장애인의 가족이 겪는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껴안을 수 있을 것인지를 살핀다.
1부와 2부에서 장애가 철학에 던지는 질문들을 살폈다면, 3부에서는 이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으로 ‘돌봄’을 꺼내든다. 돌봄도 하나의 윤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좋은 돌봄을 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돌봄윤리’란 어떠한 것일까? 혼수상태인 환자를 그의 동의 없이 보살피는 것을 좋은 돌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투약을 거부하는 이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는 것은? 나는 상대를 돌보았다고 생각하며 행동했지만 상대가 그것을 돌봄으로 여기지 않을 때, 나의 행동은 돌봄인가? 3부에서는 실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좋은 돌봄’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마련해간다. 이 과정에서 그간 철학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돌봄을 철학화하며, 새로운 돌봄윤리를 제안한다.
이처럼 『의존을 배우다』는 돌봄이 완성된 세계, 즉 사랑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세계를 그려보고자 하는 어머니-철학자의 제안이다. 팬데믹 이후, ‘돌봄’은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되었으나, 어떻게 좋은 돌봄을 행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자신의 삶에서 길어내어 이론에 그치지 않는 돌봄 논의를 이끌어낸 키테이의 사유는 현재의 우리에게 더욱더 절실하다. “개념의 탄생”이 아닌 “아이의 탄생”으로부터 출발하는 책 『의존을 배우다』를 통해, 우리는 “벽난로 앞에 홀로 앉은 사상가 개인”이 제안하는 철학에서 벗어나 서로 의존하고 보살피며 엮어내는 관계의 철학에 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