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과 함께 러시아 문학의 황금세기, 19세기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투르게네프의 가족사와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한 노신사가 지인들에게 16살 사춘기 소년 시절에 겪은, “봄날의 아침 뇌우”와 같았던 ‘첫사랑’ 이야기를 글로 적어 들려주는 회고담의 형식을 띠고 있다.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한 몰락한 귀족 가정의 21살의 딸을 사랑하게 된 ‘나’ 블라디미르, 그리고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자들, 그리고 아버지. “생명에 넘치고 아름다운 그녀”, “교활과 무심, 기교와 단순, 평온과 발랄이 매혹적으로 융합”되어 있는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수상한 분위기 속에서 설레면서도 불안해하는 블라디미르의 사랑과, 그가 사랑하는 두 사람 그녀와 아버지 둘의 진실은 은밀히 확산되는 소문과 질투, 비열한 폭로로 훼손되고 파경에 이른다. 이렇듯 사춘기 소년은 ‘첫사랑’을 통해 세상과 대면하지만 또한 ‘첫사랑’을 통해 순식간에 왔다 사라지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지만 강렬한 행복의 존재를 경험하고 긍정하게 된다. 노년에 이른 블라디미르의, “그런 감정이 되풀이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절대 경험할 수 없다면, 나는 자신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토로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삶 그 자체라고도 할 행복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대한 긍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