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여행은 대개 편안함과 편리함을 추구한다. 거기에 약간의 고난과 역경을 금전을 주고 산다. 하지만 여행이 본래 고생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 고생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갈 생명력을 환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의 여행이 반드시 과거의 여행보다 질적으로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 훨씬 불편했을 노정에서, 지금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고통과 기쁨을 경험했다. 때로는 현실의 질곡을 박차고 일어났고, 때로는 역사지리의 공간을 조사하러 나섰으며, 때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 때문에 떠돌아야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당대의 현실을 뛰어넘어 무언가 장대한 이상을 꿈꾸거나, 현실의 틀을 분쇄할 만한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차서, 자기가 본래 있었던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자석에 이끌리듯, 본래의 거처로 돌아가거나, 돌아가고자 했다.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는 듯이 원래 그 자리로 돌아가, 그 모든 것들이 다 자기 것인 양 느꼈다. 마치 귀향하기 위해 그 먼 길을 돌아왔다는 듯이 안도했다. 여행에 관한 기록이나 여행의 체험이 담긴 시문을 살펴보면, 여행이 그들의 내면을 변혁시킬 큰 계기가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것이었든 공적인 것이었든, 우연적인 것이었든 계획적인 것이었든,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것에 몸을 내맡기는 행위는 곧 자신을 허무 속으로 내던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20여 편의 여행 기록들은 저자들의 내면 기록인 동시에, 각종 역사적 사실을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사료이기도 하다. 작가가 여행을 삶의 어떠한 요소로 생각했는지 살펴볼 수도 있고, 작가의 우연한 기록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여행 기록을 통해 상상의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간접 체험의 정수를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마쓰오 바쇼가 말한 진기하고 새로운 여행 기록의 모음집인 동시에, 독자의 간접 체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여행 기록 독법서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