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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의 비밀노트

스테파니의 비밀노트

  • 필립 라브로
  • |
  • 고려대학교출판부
  • |
  • 2010-04-05 출간
  • |
  • 308페이지
  • |
  • 128 X 188 X 30mm / 429g
  • |
  • ISBN 978897641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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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최소한 자신에게만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스테파니는 잠시는 우리 모두의 이름이었다. 열넷, 따라서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아니 세상 모든 것과 대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뜨거운 나날의 사춘기. 스테파니는 자신의 그 한때를 비밀리에 노트에 기록했고, 이제는 한 권의 소설이 되어 여러분의 비밀이 될 준비를 마쳤다.

학교란 훈육을 핑계로 학생을 강제하고 자존심을 구겨놓는다. 이 점은 어디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니, 스테파니에게 학교는 ‘농장’으로 불러 마땅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일제히 감시하며 늘 떼 지은 암송아지 무리로 보는’ 축사지기일 뿐.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서 우유를 짜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농장에서 스테파니의 생존전략은? 숨을 참아 기절하기다. 그리곤 양호실에 앉아 평화롭게 하늘의 새를 따라 날아올라 자유를 만끽하는 것. 이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옥’ 같은 농장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스테파니의 부모로 말하자면 ‘완벽하게 우스꽝스러운 인종’로 분류되는데, 엄마는 미적인 안목이라곤 전혀 없이 유행을 쫓아다니느라 가구며 옷을 마구 사들여 보기에 희귀할 지경이며, 아빠는 케케묵은 군수품들을 사고파는 데 모든 시간을 소비하는 고약한 취미를 가졌고 옷차림은 ‘여덟 살 꼬맹이처럼 변장’을 하고 다닌다. 말하자면 ‘유행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인데 스테파니로서는 함께 외출하기 창피한 존재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스테파니를 시도때도 없이 방치하기 일쑤라 스테파니는 이미 ‘지나치게 혼자’라는 고독을 곱씹으며 자신에게는 ‘꽃 속에, 새들 속에, 혹은 고양이 안에, 혹은 바다 깊은 곳에’ 또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다.

스테파니에게 위안을 주는 친구는 나이 지긋한 고양이 가펑클과 급우를 통해 알게 된 ‘다른 애’ 정도. 가펑클은 ‘환상적인 제 삶을 가진 완벽하게 독립적인’ 친구다. 그는 때로 스테파니를 점잖게 타이르기도 하고 그 어떤 이야기라도 지루해하지 않으며 끝까지 들어 주고 대화를 나눌 줄 안다. ‘다른 애’는 선천적인 불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남자 아이. ‘다른 애’는 하루 종일 휠체어를 떠나지 못하지만 엄청난 양의 독서와 영화감상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볼 수 있는 놀라운 아이다. 그는 때때로 스테파니 생각을 읽어내 스테파니를 깜짝 놀라게 하고 스테파니의 고민거리를 조숙한 시각으로 분석해 조언해 주는 거의 유일한 친구이다. 스테파니는 그런 그를 사랑하고 연민을 느낀다.

위기는 늘 겹으로 온다. 농장에서 수학선생님 자리에 흰 액체를 뿌린 범인으로 지목된 크자비에의 퇴학 결정은 어른들의 부당함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크자비에를 부추긴 공범이 따로 있음에도 이 사건을 바로잡을 어른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토록 믿었던 음악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항복하고, 심지어 아빠는 학생주임에게 건의의 말을 꺼냈다가 핀잔을 듣게 되었다며 나무란다.

그 날 스테파니는 일생일대의 충격적 사건을 연거푸 경험한다. 크자비에 사건으로 정신이 없어 오후 수업을 잊고 집에 있던 스테파니는 낯선 남자를 끌어들여 외도를 즐기는 엄마를 목격하고 엄마와 다툼 끝에 기절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저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 엄마, 스테파니는 모든 ‘분노’가 사라진 뒤의 공포스런 ‘공허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이전과 똑같은 여자아이가 아니게끔 만들었다. 전날의 스테파니, 그녀는 죽었고,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조용히 기록한다.

... 한 줌의 재처럼 연소된 현실, 스테파니는 이제 더 이상 여기 머물 수 없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자신의 오래전 흔적을 찾는 일이기도 했다. 아기였을 때 ‘진짜로’ 자신을 키워준 ‘마모’를 찾아가 위안을 받는 것. 다시 한 번 사랑받는 것.

가펑클을 길동무 삼아 자살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중년 사내의 차를 얻어 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마모의 집. 그러나 마모는 더 이상 예전의 사랑을 주는 마모가 아니었다. 힘겨운 생활과 싸우느라 피로한 한 노파일 뿐. 그녀는 스테파니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돌봐줄’ 따름이었다. 그리고 급기야 그녀의 개는 가펑클을 쫓아내 아스팔트에서 트럭에 치여 죽게 만든다. 그러나 죽은 가펑클을 안고 마모 집으로 돌아오는 스테파니를 포옹해 주는 사람은 그녀의 엄마였다. 마모는 스테파니가 도착했을 때 바로 부모에게 사실을 알렸고 며칠 말미를 두고 찾아오라고 권했던 것이다. 엄마는 사랑을 회복한 사람처럼 진심으로 스테파니를 끌어안고 스테파니는 가족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스테파니는 그토록 기다렸던 월경을 경험한다. 이제 그녀는 격정의 시간을 거쳐 여성이라는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되었으며, 비밀노트는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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