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0년대를 전후로 하여 나타난 한국 소설의 증상을 주제(Ⅰ부), 작가(Ⅱ부), 작품(Ⅲ, Ⅳ부)의 차원에서 살펴보고 그 분석을 시도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책을 엮으면서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사유와 논리의 성긴 빈 공간에 채 여물지 못한 의욕과 열정이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느껴지는 한편, 그 반면에 그 무렵 내가 갇혀 있던 생각의 틀과 패턴이 자각 없이 반복되고 있는 장면도 적지 않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그 미숙한 의욕과 열정은 다시 가지려고 해도 이제는 가질 수 없는 것이며,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기에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다. 그 허물들조차 내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책의 형태로 세상에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