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상 수상작
이시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번 신인상은 주가조작 사건과 ‘가족 살해 후 자살’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주제 의식과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적절하게 섞어 맛깔난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이 사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게임 기획자 출신인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SNS에서 ‘가족 살해 후 자살’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가장 친밀해야 하고 신뢰받아야 할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그 아픔에 공감이 되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 이야기 논픽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간 미스터리》의 특집 글
1. 〈뉴스타파〉 김새봄 피디의 〈J의 몰락〉
“죄수 J는 어떻게 검사와 공생관계를 맺으며 ‘사건 브로커’가 됐을까?”
특집 중 하나는 ‘이야기 논픽션(narrative nonfiction)’ 장르의 활성화를 위해 《계간 미스터리》와 팩트스토리가 함께 기획·연재하고 있는 시리즈로, 이번 호에는 〈뉴스타파〉 김새봄 피디의 〈J의 몰락〉을 실었다. 죄수와 검찰 사이를 오가면서 사건 브로커 역할을 했던 J라는 인물의 성공과 몰락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철저히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2. 박광규 평론가 〈‘하라 료’라는 작가를 기억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과작 작가, 하라 료가 걸어온 길을 살피다”
두 번째 특집은 2023년 5월에 유명을 달리한 하라 료를 추모하는 글이다. 1988년 데뷔한 이래 35년 동안 다섯 권의 장편과 단편집 한 권만을 남긴 과작의 대명사, 하드보일드 장르를 가장 성공적으로 일본에 이식한 작가인 하라 료가 어느 정도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추구했는지 뭉클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 《계간 미스터리》의 시그니처가 된 국내 작가의 신작 단편들
히라노 쥬(平野珠), 〈회귀(回歸; regression〉
김유철, 〈뱀파이어 탐정〉
황세연, 〈밥통〉
장우석,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
히라노 쥬의 〈회귀(回帰; regression)〉는 컴퓨터 천재가 만들어 낸 밀실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소재로 알리바이와 밀실 트릭이라는 지극히 본격 미스터리적인 쾌감을 추구한 작품이다. 김유철의 〈뱀파이어 탐정〉은 언뜻 보면 백색증에 걸린 탐정이 활약하는 가벼운 학원물 같지만, 작품 기저에 깔린 주제와 내용은 예상보다 묵직하다. 청춘 미스터리의 외피를 벗겨내면 화학 재해와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고발이 깔려있다. 황세연의 〈밥통〉은 아내 몰래 중고 거래로 밥통을 하나 사려했던 주인공이 어떻게 막다른 곳으로 내몰리는지 시종일관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장우석의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는 실종된 고양이 한 마리를 찾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면서도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일상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이다. ‘반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세 번에 걸쳐 연재된 백휴의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사건〉은 드디어 마지막 결말에 도달한다. 민낯을 드러낸 전말은 다양한 편견과 강요된 희생이 어떻게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고 있으며, 조선시대 성균관 태학생을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가 요즘의 교육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외에도 연출과 각본을 맡은 첫 장편 영화 〈잠〉으로 2023년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유재선 감독을 인터뷰하면서 호러 장르에 대한 지론과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노하우를 들여다봤다. 초고 시점에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었던 것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정극’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후일담도 흥미롭다. 또한 영국 스릴러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에 숨겨진 특수 설정과 복선에 대해서 분석한 쥬한량의 글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2002년 여름에 창간한 《계간 미스터리》가 이번 겨울호로 어느새 통권 80호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여 년 동안 장르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반석처럼 묵묵하게 미스터리 장르를 지탱해 왔다. 앞으로도 장르의 마중물이 되어 계속해서 신선한 작가와 작품을 길어 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올해 마지막 《계간 미스터리》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