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도 지나치기 쉬운 우리 일상 속 빛깔들을 따라서
늘 매일매일 성실하게 일하는 택배 기사 딩동 씨. 딩동 씨가 오늘 배달해야 할 물건은 빨간 공이 가득 든 크고 무거운 자루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루가 길 한가운데에서 터져 버리고 만다. 와르르르! 하고 쏟아져 수많은 인파 사이로 흩어져 버린 빨간 공들. 전전긍긍하던 딩동 씨는 자루에 들어 있던 빨간 공들을 찾기 위해 온 동네를 쏘다닌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 높은 전봇대 위, 어린아이의 모자에 달린 털 방울, 사과를 가득 실은 과일 트럭, 신호등 빨간 불, 막대 사탕 등에서 "빨강"을 찾아 자루에 넣는다.
빨간 공, 빨간색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는 딩동 씨의 짧은 여정은 독자로 하여금 알고도 지나치기 쉬운 우리 일상의 빛깔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내 주위엔 어떤 색들이 많은지, 하루는 어떤 색에서 어떤 색으로 변하는지, 같은 색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색인 것들은 뭐가 있는지 떠올려 가며 깊이 있고 다채로운 감상을 즐길 수 있다.
● 딩동 씨를 통해 배우는 책임감과 성실함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 딩동 씨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성실함"이다. 딩동 씨는 배달할 물건이 크든 작든, 배달해야 할 곳이 어디든 불평하지 않는다. 빨간 공이 가득 들어 있던 포대 자루가 터졌을 때도 딩동 씨는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빨간 공들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데 집중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이 오늘 배달해야 할 물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딩동 씨의 이러한 모습은 자신이 맡은 바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성실한 택배 기사 딩동 씨》는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낙담하거나 포기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낼 때 다른 이들에게,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게 가장 떳떳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 저 ‘빨간 공’이 도대체 뭐길래? _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구성
책장을 펼쳐 딩동 씨를 따라가다 보면 이내 궁금해진다. 그래서 딩동 씨가 찾으러 다니는, 커다랗고 무거운 자루에 들어 있던 이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다. 빨갛고 공 모양이라는 걸 제외하면, 그림책에서는 이 물건에 대한 힌트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이 물건의 용도도, 이 물건의 정확한 수신자도 모른 채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다 딩동 씨가 물건을 무사히 배달한 뒤, 단풍으로 물든 마을 전경을 보는 순간 깨닫게 된다. 아, 딩동 씨가 배달했던 것은 바로 "가을"이었구나! 하고.
이처럼 작가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이야기 밖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 주지 않기" 전략을 통해 상상력을 마구 발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구성을 만들어 냈다. 그림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어린이 독자들도, 그림책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깊이 읽기를 좋아하는 성인 독자들도 충분히 만족할 작품이다.
● 신인 작가 특유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캐릭터
유민주 작가는 첫 그림책을 준비하면서 독특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 노력을 뒷받침하듯 생쥐라는 동물의 특성과 생김새를 잘 반영하면서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인상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딩동 씨’를 창조해 냈다. 또한 딩동 씨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바쁜 상황에서도 일상 속 작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딩동 씨의 내면 역시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그림책 앞뒤 면지에도 배려심 넘치고 다정한 딩동 씨의 면면이 담겨 있어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딩동 씨의 빼쭉한 입, 조그마한 귀, 길고 유연한 꼬리에 사로잡혀 어느새 여러 번 그림책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택배 기사 딩동 씨는 매일매일 성실히 일한다. 오늘 배달할 물건은 빨간 공이 잔뜩 들어 있는 포대 자루. 하지만 일순간 자루가 터지면서 안에 있던 빨간 공들이 와르르르! 쏟아진다. 길거리의 사람들 사이로 굴러가 버리는 빨간 공. 딩동 씨는 빨간 공들을 찾아 마을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과연 딩동 씨는 오늘의 배달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