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 대립과 공존의 역사
인더스 문명부터로 하면 거의 5000년에 달하는 인도의 기나긴 역사를 속속들이 이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고대·중세·근현대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고, 사회·경제·문화 등을 테마로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가 택한 방법은 대립과 공존을 중심으로 인도의 과거를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다. 왕조의 흥망성쇠는 물론 축제와 음식처럼 언뜻 보면 대립, 공존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들까지도 하나로 꿰내는 데 성공한다. 둘 이상의 개체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대립과 공존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립과 공존이라는 안경을 쓰고 인도사를 바라보면, 인도가 더 이상 바다 건너 먼 나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인도 못지않게 격렬한 대립과 공존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 독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무엇을 두고 대립했는지, 어떻게 공존에 이르렀는지 살펴보는 것은 오늘 우리 삶의 현장에도 좋은 본보기이자 귀감이 된다.
인도를 이해하는 두 번째 키워드, 다양성이 뿜어내는 불협화음
인도는 문명과 주요 종교들의 발상지이자, 2023년 기준 세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역사와 종교가 수천 년간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땅에 폭발적으로 들어찬 다양성은 때로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만들어 낸다. 2부에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계급, 성별, 부족, 종교에 따른 오늘날의 차별과 갈등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상호 "불협(不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틈에서 새로운 길을 내는 여성들, 독립 투쟁의 발걸음 들이 고유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인도의 내일에 호기심을 갖게 한다.
인도를 이해하는 세 번째 키워드, 분단이라는 공통의 아픔
인도와 우리나라는 같은 아시아 국가라는 점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분단의 아픔이 그중 하나다. 탄두리 치킨과 평양냉면, 간디와 김구의 죽음, 열강의 간섭으로 인한 분단의 심화와 고착화, 색깔론, 이데올로기의 종교화 등 두 국가가 따로 또 같이 경험한 역사의 아픔을 되짚는다. 동시에 공존에 이르기 위한 양국의 노력을 살펴봄으로써 아픔을 아픔으로 남겨 두지 않으려는 노력에 힘을 더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 앞에서, 같은 아픔은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들이라면 공감과 위로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