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자본의 시대에 바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물음
이 책은 들뢰즈 권위자인 신지영 교수가 들뢰즈의 이론을 바탕으로 드라마론를 확립하는 저서다. 저자는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의 말을 빌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아경 같은 공명이라고 말한다. 또한 예술 덕분에 현실적인 조건과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그 자유 안에서 진리와 공명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은 우리를 참된 아름다움으로 인도한다. 히틀러 시대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그 시대의 어떤 한 조각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답다는 느낌, 예술, 그것은 참된 것 본질과 관련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들뢰즈의 드라마론을 구축하기 위해 우선 그가 해체하려던 로고스적 드라마론의 창시자 아리스토텔레스를 다룬다. 고전 드라마의 범형을 만든 아리스토텔레스, 현대 소설의 기원이 된 프루스트에 이어, 들뢰즈가 개진한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에 대한 역사적인 단계들과 사유의 두 가지 과정인 로고스와 안티-로고스적 과정을 이해해 보는 부분이 책의 전반부를 이룬다. 이어서 드라마를 구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인물과 성격, 배우, 연출에 이르는 검토들이 책의 후반부를 차지한다. 인물과 성격을 해명하는 것은 들뢰즈 철학에 적합하지는 않다. 사건과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에 인물과 성격은 부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물을 설득력 있게 구성하는 것은 사건에 대한 치밀한 이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러 배치하였다.
하나의 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저자가 들뢰즈 등의 인물의 이론을 통해 드라마의 개념과 역사를 설명하는 첫 번째 부분. 그리고 두 번째 부분은 이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행본과 논문의 텍스트들을 읽기 자료로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현대에 방영한 드라마 중 드라마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의 비평 글들을 한두 편씩 실어, 개념에 힘을 실어 주었다. 비평 글들은 모두 신지영 교수의 제자들의 것으로 수업을 통해 발전시킨 글들이다. 끝으로 신지영 교수가 이들의 글에 간략한 코멘트를 남기는 것으로 한 장이 구성된다.
비평에 등장하는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부터 〈펜트하우스〉, 〈눈이 부시게〉, 〈모범택시〉 그리고 OTT 플랫폼 드라마인 〈마이 네임〉이나 〈오징어 게임〉, 〈D.P.〉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영화도 등장한다. 〈기생충〉은 수직, 수평의 분할로 일관하고 있는 프레임으로 그 자체로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 〈조커〉, 〈매트릭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고전 영화인 히치콕의 〈이창〉, 〈새〉 등도 등장하는데, 풍부한 읽기자료 속의 단행본 텍스트들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지옥〉은 시종일관 드라마의 바깥에서 실체가 벌어지므로 ‘장-바깥’ 개념에 잘 들어맞는 드라마다. 인물과 성격 장에서는 〈D.P.〉의 조석봉 캐릭터를 통해 인물의 일관적인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 책은 신지영 교수가 세미나 시간에 대학원생들에게 강의 후 대학원생이 작성한 비평글을 그대로 실었고, 이 시도로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드라마 비평글 끝에는 신지영 교수가 애정을 담은 코멘트를 첨가해 내용을 더했다. 드라마와 드라마 이론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