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 작가/작품에서 새로이 드러난 것들
『구인회문학의 재인식』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자별로 하나의 주제나 작가를 선택하기보다 각자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작가와 작품, 주제를 선택하여 연구와 집필을 진행했다. 정지용, 김기림 박태원 연구가 2∼3편을 이루고, 이태준, 이상, 김유정, 이효석 등에 대한 연구가 빠진 이유도 이와 관련된다. 그러나 구인회 형성과 활동에 기여한 초기 동인이었던 이무영, 1930년대 중반 이후 구인회 활동을 접고 만주로 건너간 박팔양, 구인회 문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 임화의 비평, 해방 후 남북한 문학에서 수행된 구인회 평가의 차이 등에 대한 새로운 의견이 제시된 점은 연구와 해석의 새로운 수확에 해당한다.
김영민 교수는 구인회에 참여했던 이무영의 글을 통해 구인회 형성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기는커녕 문학적 이념과 방향에서 상당한 갈등과 분열을 겪으며 이뤄진 것임을 밝혀냈다. 양문규 교수는 구인회 작가/작품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가치화, 이를테면 임화의 정지용 비판, 카프의 김유정 비판, 해방 후 구인회에 대한 남한에서의 격상 및 북한에서의 호된 비판을 다뤘다. 최현식 교수는 구인회로 활동하다 만주를 걸쳐 북한으로 귀환한 후 숙청과 복권을 차례로 겪은 박팔양의 시와 삶의 의미를 살폈다. 정지용의 시와 삶에 대해서는 세 편의 논문이 제출되었다. 첫째, 남북한 통합의 상징이라는 주제로 김재용 교수가, 둘째, 그의 종교시편이 갖는 영성과 미학성의 문제를 유성호 교수가, 셋째, 그의 동시(童詩)가 갖는 전통성과 근대성의 동시적 성취 문제를 최현식 교수가 밝혀냈다. 김기림의 시와 삶에 대해서는 두 편의 논문이 제출되었다. 첫째, 남북협상파 문인으로서 그의 감당했던 역할과 성취를 김재용 교수가, 둘째,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그가 구상하고 표현했던 미적ㆍ역사적 근대성의 다면성과 복잡성의 문제를 한수영 교수가 살펴보았다. 박태원의 소설과 삶에서는 대해서는 두 편의 논문이 제출되었다. 첫째, 고(故) 하정일 교수는 천변의 유토피아를 중심으로 근대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했으며, 둘째, 이현식 교수는 모더니스트로서 또 전업 작가로서 개성적인 소설 세계를 펼쳐나간 그의 역량과 욕망의 문제를 심도 깊게 밝혀냈다. 이상의 연구 성과들은 앞으로 구인회 문학을 새로 읽고 그간 제기된 문제점을 살펴볼 때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