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글자들을 떠올려 보세요-
누구나 그런가요?
나나는 혼자 화장실 가기 싫어서 꼭 친구랑 같이 가요. 볼 일 다 봤는데도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친구랑 같이 교실로 돌아가요. 아이들만 그러겠어요. 목욕탕 갈 때 할머니는 이웃집에 혼자 사는 시후 할머니랑 꼭 같이 가요. ‘혼자는 외로워 둘이랍니다’ 이 동시집 제목처럼, 지난 추석 성묫길에 할아버지 산소 옆에 있는 밤을 주웠는데요. 밤송이 안에 엄마 뱃속 쌍둥이처럼 꼭 붙어있는 쌍동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쁘던지,
잠깐, 잠깐만요!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삶이 어떻게 시가 되고, 시가 어떻게 삶이 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예요. 뉴저지 패터슨 시에 사는 시내버스 운전사 패터슨 씨는 시를 쓰면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 주는데요. 반복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리듬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리듬과 라임을 레퍼런스 삼아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상기 시켜 주고 있어요.
입안을 맴도는 노래처럼,
눈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 반복되는 일상이에요. 그러나 아내가 쌍둥이 임신한 꿈을 꾸었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주인공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쌍둥이가 등장하는데요. 버스를 탄 곱슬머리 쌍둥이 자매가 똑 같은 리본 머리핀을 하고, 똑 같은 핑크색 외투를 입고, 똑 같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어요. 이러한 장면은 하나가 아닌 둘이라서 한 번 가게 되는 시선이 두 번 가게 되거든요.
저도 그랬어요,
쌍둥이가 꿈이고 꿈이 쌍둥인 것처럼 이 책을 묶는 동안 쌍둥이 글자가 시가 되고, 시가 쌍둥이 글자가 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길을 걸을 때, 대화를 나눌 때, 밥을 먹을 때, 책을 읽을 때 모든 안테나가 쌍둥이 글자를 향해 뻗어 나가지 않겠어요. 또 그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얼마나 크겠어요. 반대로 나에게 절실한 한 단어가 있는데 그게 뭔지 생각이 안 날 땐 슬프기도 했죠.
글자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살, 풀, 돌, 곰 등의 한 글자들도 외로웠을 거고 외로울 거예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1+1의 물건들은 잘 안 팔려서 하나 더 끼워 파는 게 대부분일 거예요. 꼭 필요하지 않는데도 두 개라서 일부러 구매하는 것처럼 한 글자들에게 똑같은 한 글자를 붙여 살살, 풀풀, 돌돌, 곰곰 등의 쌍둥이 글자들을 찾는데 한 여름을 다 보냈어요. 풀이라는 글자가 하나일 때의 의미와 상상보다 둘일 때 쓰임이 더 풍부하고 상상도 활발해지지요. 풀은 명사이고 풀풀은 부사잖아요. 명사보다는 부사의 쓰임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러니까 요즈음
점점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나, 혼밥, 혼술처럼 혼자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낭만적이거나 자유롭기 보다는 외로움의 감정이 더 앞섰지요. 생각해 보세요. 한 손으론 망치질을 어떻게 하겠어요. 한 손으론 못을 잡고, 한 손으론 망치를 두드려야 못이 제자리를 잘 찾아가는데 말이에요. 하율이가 봉사상을 받아 박수 쳐 주어야 하는데 한손이라면 어떡해요. 한 손으론 손뼉도 칠 수 없고, 박수소리도 낼 수 없잖아요. 오른 발 왼 발, 두 발이 없다면 우리들은 캥거루처럼 걸음을 걷지 않겠어요, 아휴! 한 발로 캥거루처럼 퐁, 퐁 뛰어서 출근하는 아빠를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웃긴가요? 회사 일도 힘든데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나나가 시후에게 두 손으로 손하트를 날리고 싶을 땐 또 어떡해요.
이 동시집은 전체적으로,
소리씨, 모양씨, 감정씨, 어찌씨, 이름씨,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놓았지만, 분류가 정확하지는 않아요. 가령 소리나 모양을 흉내내는 말처럼 어디에 묶어야 할지 조금 애매한 것들은 편수가 모자라는 부분에 넣어서 묶었어요. 정확하지 않으면 않은 데로, 나누고자 한 것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소박한 상상력으로 의성어나 의태어인 두 글자들의 재미와 주제를 나타내고 싶었거든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쌍둥이 글자들을 떠 올려 보고, 한 글자였을 때와 두 글자가 만났을 때, 어떤 의미와 상상이 생겨나는 지 새로운 세계에 빠져 보시기를 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