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불안 때문에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불안〉 중에서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첫 사진 산문집 《미완의 기록》을 쓰면서 작가는 사진을 찍기 이전 자신의 삶을 불안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낮은 자존감 때문에 늘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성인이 된 이후로도 주변 사람들에 비해 어중간한 재능으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사진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자신의 삶, 정확히 말하자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다. 인디와 메이저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우선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지 늘 고민하며 서로가 편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여전히 완벽하게 불안을 떨쳐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불가능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작가는 유난히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해 낼 수 있었기에 확신한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주변 사람들과 세상의 아름다움, 그리고 마음이 오가는 과정을 켜켜이 쌓으며 불안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결국 남는 것은 나와 너, 우리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록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나에게는 사진이 그 방식이다.
기억은 서서히 희미해질 테니
사진으로 기억을 잡아둔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기록의 습성〉 중에서
삶을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기록한다. 작가의 경우에 그 방식은 사진이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그 순간은 사라지고 없지만, 사진으로 남긴 기록은 영원하다. 사진을 찍을 때의 공기라든지, 함께 나눈 이야기라든지 모두 사진에 담겨 있어, 언제든 꺼내보며 그때를 회상할 수 있다. 그러고 있자면 좋았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모두 되살아난다. 사진은 어둠 속에서 찾은 빛이기도 하지만, 밝은 곳에서 찾는 어둠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나간 삶의 빛과 그림자를 닮았고,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일도 사진을 찍을 것이다. 잊히지 않기 위해서.
쓸모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나의 쓸모〉 중에서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대답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기억을 담은 10년의 기록인 《미완의 기록》. 이 책은 여전히 미완을 행하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삶이 단 한 순간이라도 빛나는 삶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