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열전.
미워할 수 없는 나쁜놈이 용서할 수 없는 악당에 맞서는, 악당들의 서사시.
때론 삶이 선량한 인간을 지옥에 몰아넣기도 한다.
아무 죄가 없는 아이일 뿐인데, 부모에 의해 죽음에 이를때까지 학대받기도 하고, 학교를 잘 다니고 싶은 학생일 뿐인데, 같은 반 학생들에게 내몰려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료묘의 소설 「그들은 만나고, 죽는다」는 경찰 조직에 배신당해 킬러가 된 선호가, 10년간의 킬러생활 끝에 의뢰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지며 시작된다.
의뢰인을 죽인 놈을 제거하는 마지막 의뢰에 나선 그녀. 그간 버텨온 지옥같은 수라도에서조차 만나보지 못한 진정한 악마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매 순간 불길하게 조여드는 이 미션에는 그녀의 오랜 조력자 링링과 몰래 수제자로 키워온 리안이 힘을 보탠다.
이 세상의 어떤 일은 킬러만이 할 수 있다. 선호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숨겨진 살인귀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극도로 보안을 유지한 채, 만나는 피해자들을 100% 죽이는 살인귀들.
비밀에 싸인 이들을 만나는 방법은, 목숨을 거는 것밖에는 없다. 결국 선호에겐 또 한 번의 목숨이 걸린 모험일 뿐이다.
어찌보면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며,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킬러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살인귀들의 먹잇감인 피해자가 되고, 살인귀의 손에서 되살아나는 걸 해내는 선호.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죽음의 위기가 찾아든다.
이렇듯,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 까닭에 손에 땀을 쥐며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살인귀들을 뒤쫓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악당이거나, 선과 악의 사이를 오가는 존재들로 우리가 알던 세상의 반대편을 보는 것 같은, "악당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이야기의 흥미를 더한다.
이 소설은 킬러가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설정의 액션 스릴러 소설이다.
하지만 선호의 마지막 의뢰를 따라가다 보면, 킬러의 시선으로 본 삶과 인간의 단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따르는, 정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이 여정의 끝에서 선호와 주변 인물들은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지만, 결국 똑같은 지옥에 남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옥에서의 삶은 계속된다. 지옥에는 언제나 더 나쁜 악마가 있는 법. 그렇게 더 나쁜 놈을 잡는 나쁜놈의 이야기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