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도 책으로 듣는다! 지식의 질은 높이고 배움의 문턱은 낮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여덟 번째 강의
★ 멀고도 가까운 나라, 러시아로의 여행! 이름은 낯설지만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 이젠 제대로 알고 ‘다시’ 듣자. 클래식 불모지에서 꽃핀 환상의 선율, 차이콥스키를 만나다.
★ QR코드로 언제 어디서든 나만을 위한 클래식 강의가 펼쳐진다! 본문과 함께 손쉽게 듣는 116개의 음악 자료로 더욱 생생해지는 이야기!
차이콥스키,
현실에 발을 딛고 영원한 동화를 꿈꾼 음악가
“‘첼레스타 뮈스텔’이라는 악기를 대신 꼭 구입해주세요. … 아무도 이 악기를 보지 못하도록 신경 써주세요. 누가 저보다 먼저 첼레스타의 엄청난 효과를 써버릴까 봐 걱정됩니다.”
1891년 6월, 한 음악가가 지인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발명된 지 얼마 안 된 악기를 최대한 빨리 구매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새로운 음향을 음악에 담아낼 수 있다는 설렘과 그 효과를 누군가 먼저 선보이지 않길 바라는 초조함이 묻어나온다. 고요하면서도 요동치는 이 열정은 걸작을 만들어낸다. 바로 〈호두까기 인형〉이다. 러시아 대표 음악가 차이콥스키, 그의 대표작인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인기 공연이다. 한밤중 일어난 신비한 일을 다채로운 안무와 환상적인 연출로 풀어낸 이 작품은 발레와 친하지 않더라도 ‘아는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차이콥스키, 그의 음악이 이 유명세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그런데 환상의 축제를 이끄는 천상의 소리에는 비화가 있다. 이 작품을 만들 당시 차이콥스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동생을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 엮어낸 선율이 전 세계인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작품, 그를 둘러싼 평가는 반전으로 가득하다. 차이콥스키는 상위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차르의 대관식 행진곡 작곡을 맡거나 해외 연주 여행을 다니며 큰 수익을 낼 만큼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쥔 음악가였다. 그럼에도 예민한 성정을 타고난 탓에 신경 쇠약에 시달렸고,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역시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차이콥스키의 삶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예술가, 나아가 현대인의 초상과 맞닿아 있다. 겉으로는 부러울 게 하나 없어 보이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다채롭게 향유할 기회를 마련한다. 그의 음악이 그저 듣기 편한, ‘예쁜 음악’에 불과하다는 편견은 그의 삶을 아는 순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위로와 희망의 음악은 ‘진짜’ 차이콥스키를 아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그 마법 같은 순간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시대와 함께 읽는 음악
흔히 음악이 가진 힘에 대해 말할 때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쓰곤 한다. 한마디로 음악은 국경을 초월하여 누구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음악에는 창작자의 정서와 그가 속한 문화, 즉 국가적 특성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국가, 국경과 같은 개념은 절대적인 기준이자 정답이 될 수 없다. 음악을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고, 받아들이는 맥락 역시 다층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 반대의 경우는 없을까? 국가적 특성을 음악에 녹여내는 시도 말이다. 차이콥스키가 살던 19세기 후반이 바로 그런 시대였다. 이른바 ‘민족주의 음악의 시대’다.
차이콥스키의 삶을 알아갈수록 그의 음악이 가진 입체성이 살아나듯, 시대상을 읽는 작업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음악가를 알면 음악이 달리 보이는 만큼, 시대상을 알면 음악은 또 다른 텍스트로 읽히는 것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갖는 가치는 단순히 대중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독립을 외쳤던 민족주의 시대, 이와 맞물려 민족 정체성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한 흐름은 차이콥스키에게도 중요한 과제였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서유럽 중심의 문화예술이 성행한 가운데 러시아는 변방에 불과했다. 변방의 음악가들은 ‘나만의 음악’을 선보이길 원했고 이때 국가적 특성은 좋은 도구가 된다. 차이콥스키 또한 러시아라는 나라만의 정서와 자연 풍광 등을 선율로 표현하려 무던히 노력한다. 예컨대 그의 대표곡 〈교향곡 1번〉은 ‘겨울날의 몽상’이라는 표제와 함께 러시아의 겨울 풍경이 연상되도록 만들어졌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더욱 특별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짚으면서도 그가 살았던 시대상 역시 중요하게 다룬다. 민족 고유의 정서를 다양한 음악으로 표출한 작곡가 노르웨이의 그리그, 체코의 스메타나 이야기부터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길을 개척하려 했던 5인조 ‘막강한 소수’의 이야기까지. 동시대를 함께 여행하게 만든다. 이런 구성은 차이콥스키 음악을 읽는 또 하나의 길잡이를 마련할 뿐 아니라, 온실 속 화초처럼 고고하다는 클래식 음악의 이미지를 환기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의 이면에는 꽤나 격렬한 반동이 있었으니 말이다.
음악과 함께 시대를 읽는 시도는 19세기를 넘어 자연스레 20세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러시아의 클래식 음악은 오늘날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인 러시아 음악가 차이콥스키와 조금 친해졌다면, 이번엔 또 다른 러시아 음악가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덕분에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적 색채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저자는 특히 이들의 삶이 혁명과 전쟁의 역사와 맞닿아 있으며 그에 따라 작품 세계 역시 천차만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개인의 선택과 시대의 흐름이 얽히고설켜 전혀 다른 음악을 빚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은 음악가들에게 생동감을 부여하고, 클래식 음악은 계속해서 다시 읽고 싶은 텍스트가 된다. 그 출발점에서 이 책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낯설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위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부담 없이 집어들 클래식 입문서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회평론 출판사와 민은기 교수가 만나 오랜 준비 끝에 2018년 말 첫선을 보인 시리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음악적 개념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시공간과 장르를 넘나들며 차근차근 클래식의 세계로 향하는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술술 읽히는 클래식 수업서”, “음악과 담을 쌓은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떠먹여 주는 친절한 클래식 입문서”라는 호평 속에 입문자를 위한 ‘바이블’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서울대 작곡과 최초의 여성 교수인 민은기 교수는 한국 1세대 음악학자이기도 하지만, 숱한 대중 강연과 저작 활동을 통해 언제나 대학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온 사회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민은기 교수만큼 클래식이라는 멋진 세계를 소개하고 싶어 다방면으로 노력했던 학자는 또 없을 것이다. “클래식은 꼭꼭 씹을수록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이에요.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들을 수 있습니다. 고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다른 것들이 으레 그렇듯 말입니다”. 저자는 1권을 시작할 당시 클래식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클래식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결과물이며, 다시 올 수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다. 어차피 우리가 무언가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면, 유행을 타지 않는 고전이야말로 가장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 장르이지 않을까.
국내 기획 미술 교양서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며 ‘난처한 시리즈’의 문을 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지 않고 편하게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했다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독자가 직접 음악을 찾지 않아도 QR코드로 해당 링크를 연결해준다. ‘난처한 시리즈’만의 구성, 즉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이 답하는 대화 형식은 일대일 과외를 받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며,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레이터 강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문어체보다 구어체에 익숙하고 활자보다 이미지에 더 익숙한 세대를 고려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난처한 클래식 수업』 8권에서는 다양한 발레, 오페라 공연 사진 자료가 몰입도를 높이고, 116개의 음악 링크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여러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선율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오히려 더욱 깊고 풍부하게 다가올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