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도의 대표적 정서로 역동적 한과 흥, 끈끈한 연대감, 따뜻한 인정으로 꼽는다. 이는 곧 한국적 정서의 근간이기도 하다. 남도는 평소에는 ‘두레’에서 보듯 이웃과 마을이 공동체를 이루고, 위기에는 의병 활동, 동학혁명, 광주학생사건, 5·18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민중의 주체적 존재가치를 구현해 왔다. 또한 문화적으로는 조선 중기 담양에서 분출된 가사문학의 산실이며, 전통서정시와 참여시의 텃밭이기도 하다. ‘남도’가 지닌 이러한 문학적 힘이 지역문학의 탈중앙화를 추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월문학 이후 도래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신사조는 자폐적 공간에 갇힌 남도문학을 에둘러 비켜갔고, 그로 인해 남도의 시적 주류이자 자산이었던 전통서정시와 참여시가 쇠퇴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남도 시가 가진 특질을 살피고 그 부활을 다각적 면모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 평론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남도 시의 원형질에 속하는 지역적 배경과 특성에 대해 길잡이 차원에서 개론적으로 서술하였다. 2부에서는 서정시와 방법론상의 거리를 두고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추구하는 시인들, 범대순, 고성만, 김호균 등의 시 세계를 다룬다. 3부는 조성국, 윤석주, 이봉환, 박노동 등 남도 시의 주류를 이루어 온 서정시와 그 미래적 방향성에 대해 다룬다. 4부는 김경윤, 조진태, 이인범, 송태웅 등의 시를 통해 참여시의 현주소와 그 보편적·항구적 가치를 말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염창권, 이형권, 이지담 등 각각 성향을 달리하는 시들을 비교·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이번 평론집의 초점은 남도 시인들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당대 시대정신의 진면목을 찾는 데 있다. 김규성은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신이 놓친 악보』,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중심의 거처』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산들내 민들레』, 『뫔』, 『모경(母經)』, 『산경(山經)』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