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교육, 의료지원, 노동인권, 여성과 정치, 복지제도 등 사회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거대한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각권의 어린이 주인공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계기를 마련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무리가 없다.
또다른 장점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어린이 대상의 지식그림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의식은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아피아는 누가 치료할까〉에 나오는 약사 아버지, 〈울라네 마을 선거〉에 등장하는 누르 아주머니나 마구 아저씨, 〈네소와 나지, 도시로 가다〉에 나오는 공장 관리자, 〈닐루는 학교에 가지 않아〉에 나오는 학교 선생님, 〈마녀에게 내민 작은 손〉에 나오는 비비르네 마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 보자. 이들은 현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어른의 모습이지만, 단순히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행동한다. 책을 읽고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할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저자만의 안목과 깊이가 돋보이는 주제 해설은 각 주제에 대한 연구 성과나 현장의 노력을 소개함으로써 주제를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시리즈는 초등 교실의 토론 수업을 위한 텍스트로 적절하다. 이 책은 일방적인 설명이나 교훈을 전달하지 않는다.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어린이의 시선에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야기할 뿐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제에 대한 저자의 가치 판단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점은 초등 저학년부터 청소년까지, 그림책을 활용한 토론 수업이나 사회 수업을 계획하는 데 무척 유용하다.
이 시리즈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로 그림을 빼놓을 수 없다. 원색의 풍부한 색감을 고스란히 살린 그림은 책의 예술성을 높이면서도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인물의 피부색이나 머리색 표현 또한 인종이나 국가, 성별에 따른 편견을 배제하면서도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사각형, 삼각형, 동그라미 등으로 표현된 배경이나 의상, 머리 모양 표현들이 만화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인물 간의 대화가 크고 작은 말풍선으로 표현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