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등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도, 학교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 왔했습니다. 코로나 19를 겪은 초등학생들이 ‘학습격차’ 뿐만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결손의 문제를 채워줄 수 있는 ‘놀이’를 통해 ‘학습격차’ 못지않게 중요한 ‘발달격차’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습격차와 비교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움직임이 부족하면 뇌의 발달이 지체돼 학습격차로 이어지며,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일수록 발달을 위한 자극이 채워지지 않아 더 심각해집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놀이하기 어려웠던 아이들이 다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야말로 아이들이 그동안 잃었던 ‘놀이’를 되돌려 줄 때입니다. 아이들의 숨통이랄 수 있는 ‘놀이’를 되찾아 복원해 주어야 합니다.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 1∼2학년 교과서는 학습 분량은 줄이고 학생 참여 활동은 늘리는 방식으로 개발됐습니다. 초등 저학년 수준에 맞는 낱말 사용, 기초·기본 학습 수준의 쉬운 구성, ‘놀이 중심의 학습활동 제시’ 등이 특징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는 학생의 발달 수준을 고려한 놀이 연계 학습 및 놀이 중심의 공간 혁신 지원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제 교실에서도 ‘재미’Fun가 배움의 대전제가 된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OECD 꼴찌’, ‘자살,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어린이·청소년들 5명당 1명꼴로 자살 충동 경험’ 신문기사에 오르내리는 몇 가지 통계만 살펴봐도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놀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과후 학원으로 흩어지는 요즘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과 만나 가장 오랜 시간
을 머물며 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은 ‘학교’입니다. 교실이 학생들에게 놀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30여 년 동안 학생들과 수업을 하며 무엇보다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에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수업은 정말 재미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1. 메타인지 활용하기 2. 공동의 목표 활용하기 3. 놀이의 3요소 중 ‘운’ 활용하기 4. 경쟁보다 협력하기 5. 학생 중심 수업놀이하기의 다섯 꼭지로 나누어 알차게 담았습니다. 수업놀이마다 ‘이렇게 놀면 더 재미있어요.’ 코너에 1~2가지 놀이를 더하니 더욱 많은 수업놀이가 담겨 있습니다. 52주 일 년 동안 매주 2~3번씩 다른 놀이를 해도 충분한 정도의 양입니다. 이번엔 특별히 수업놀이에 필요한 플래시나 PPT, 학습지 등 자료도 함께 다운로드받아 활
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수업놀이를 마치고 난 후 학생들과 둘러앉아 ‘수업놀이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나요?’, ‘친구들과 활동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은 없었나요?’ 등의 질문을 하면서 학생들이 즐거웠던 활동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 친구들의 모습을 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교사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학생들은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습니다. 특히 학기 초부터 놀이로 관계 맺기를 해온 학생들은 말보다 활동으로 움직이면서 어느새 마음을 열고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몸이 자유로워지고 편해지면 마음도 풀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거꾸로 교실, 하브루타 수업, 배움의 공동체 등 학생들과 좋은 수업을 하고 싶어 하는 모든 선생님들,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수업놀이가 필요한 모든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컴퓨터 키보드의 첫 번째 글쇠를 기억하십니까? ‘Q’와 ‘ㅂ’, ‘?’ 아닙니다. ‘1’과 ‘!’도 아닙니다. 기능키인 ‘F1’도 아니지요. ‘ESC’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화면에서 벗어날 때 쓰는 글쇠죠. ‘탈출’을 뜻합니다. 학생들이 그리 좋아하는 줄을 알면서도 거친 반응이나 승부욕에 사로잡힌 모습에 기분이 상해 다시 조용하고 통제된 교실로 회귀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래 선생님은 매일 실패하는 사람입니다. 혹시라도 학생들과 수업놀이를 하다 막히는 상황이 되면, 얼른 ‘ESC’를 떠올려 주세요. 이 책에 있는 모든 놀이들은 그런 ‘ESC’의 산출물들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집단지성으로 더 좋은 길을 만들어 주세요. 모든 길은 결국 연결되게 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선생님 교실의 실천과 제 놀이의 실천이 맞닿고 연결되어 이제 막 교직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여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놀이의 영단어인 ‘Play’의 어원은 ‘갈증’이라는 뜻의 라틴어 ‘플라가’Plaga에서 유래했습니다. 놀이는 하면 좋은 게 아니라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것입니다.
‘수업이야 놀이야?!’ 〈허쌤의 수업놀이〉개정판 책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더욱 행복해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