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믿음
보라색 오동나무 꽃들이 아름답게 만발하던 날, 점옥이는 자신과 즐겁게 소꿉놀이를 하던 언니를 잊지 않고 있다. 언니는 헝겊 인형 점옥이를 동생처럼 여기며 정성껏 흙밥을 짓고 그 위에 계란 꽃도 얹어 점옥이랑 사이좋게 한입씩 나눠 먹는다. 평온하지만 활기차고, 평범하지만 누구에게나 기억되는 일들이 있는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언니와 식구들과 동네 사람들. 점옥이는 언니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다. 백구도 언니와 점옥이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 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정한 하루의 놀이가 시작되고, 언니는 오동나무 아래 점옥이와 백구를 위한 꽃밥을 차린다. 하지만 그날따라 백구는 밥을 먹지 않고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만 바라본다. 그리고 새를 향해 캉캉 짖는다. 언니가 차린 꽃밥을 지키려고 그랬던 걸까? 백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던 걸까? 어느 날 큰 새가 하늘에 나타난 후로 언니는 더 이상 꽃밥을 차릴 수 없게 된다. 점옥이는 오동나무 아래 혼자 집을 지키며 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언니와 놀던 마당에 바랭이, 엉겅퀴, 개망초, 온갖 풀들이 자라고 어린 오동나무가 훌쩍 자랄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점옥이는 돌아오지 못하는 언니를 기다리고 있다. ‘언니는 잊지 않았을 거야. 오동나무 아래 내가 있었다는 걸.’
오일 파스텔로 겹겹이 눌러 담은 아름다운 그림들,
슬픔과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다!
오승민 작가는 자신의 시그니처 색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파랑. 사람들은 그 파랑을 ‘오승민 블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쁨의 파랑, 슬픔의 파랑, 환희의 파랑… 그가 담아내는 파랑 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죽음과 생명, 절망과 희망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렬하게 표현한 『점옥이』의 파랑에서는 인간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깊은 울림들이 느껴진다. 김지은 평론가의 말처럼 푸른색이 겹겹이 서럽게 시리게 담겨 있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파랑뿐만 아니라 점옥이의 눈으로 본 언니의 이야기에 생명을 입히듯 오일 파스텔로 겹겹이 쌓아 올린 색들은 부드럽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한다. 보랏빛 꽃을 피운 오동나무 위로 날아오는 하얀 비둘기. 그 비둘기가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안녕의 작은 씨앗을 실어 오고 있을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