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백두산 폭발 이야기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946년 백두산 대폭발을 소재로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되살린 동화다. 때는 발해가 멸망하고 옛 발해의 땅에 다른 나라가 들어선 946년. 백두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 살던 발해의 왕족 무록과 하인 우루치가 거란의 노예로 끌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록’이라는 이름의 뜻은 ‘춤추는 사슴’으로, 무록의 어머니가 백두산에서 춤추는 사슴 꿈을 꾸고 아이를 낳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돌아가신 무록의 할머니는 다시 발해를 일으킬 인물로 백두산이 점지한 사람이 바로 무록이라는 암시를 주지만, 열두 살 무록은 영락없이 철없는 아이다. 그런데 거란의 무자비한 걸바우 장군이 무록의 부모를 못살게 굴고, 무록과 우루치를 거란의 노예로 끌고 가면서 무록의 마음속에도 분노가 싹튼다.
무록은 우루치와 함께 노예로 끌려가던 중 나라를 잃고 고통받는 발해 사람들을 만난다. 바로 그때, 쾅! 백두산이 폭발하고 만다. 온 세상이 끝나 버릴 듯 엄청난 불길이 치솟고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 그 속에서 무록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제 이름처럼 발해 사람들을 이끌고 백두산에서 춤추는 사슴이 될 수 있을까? 재난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독특한 질감으로 이야기 속 긴장감을 잘 살려 내는 다나 작가의 그림은 재난 상황에 생생함을 더한다.
재난의 틈에서 건져 올린 용기와 연대의 씨앗
백두산 폭발 한가운데에 놓인 무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산 폭발 상황의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이 끔찍한 재난의 틈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린다면, 그건 어쩌면 용기나 연대의 씨앗이 아닐까. 김해등 작가는 말한다. “보여 줌으로써 재난을 막아 보려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나라를 잃고 떠도는 발해 유민들에게 닥친 백두산 화산 폭발은 처참했습니다. 죽음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그들에게 주인공 무록이 심어 주는 희망의 씨앗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부모를 잃고 재난의 한복판에서도 살아남아 점차 성장하는 무록의 모습은 발해 유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을 것입니다.”
재난의 긴박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빛을 발하는 것은 위기를 마주하는 마음가짐이다. 주인공 무록이 백두산이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한 주인공이 끝내 경험했을 내면의 성장, 그리고 재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한 연대 의식의 힘을 《백두산이 폭발한다!》에서 만나 보자.
우리가 겪은 재난, 왜 다시 봐야 할까?
뜻밖의 불행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이글거리는 외핵을 품은 지구상에 살아가는 한, 재난 앞에서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서바이벌 재난 동화〉가 시작되었다.
〈서바이벌 재난 동화〉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재난을 소재로 한 동화 시리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재난의 과정과 결과를 톺아보고, 재난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려움을 이겨 내는 내면의 힘과 연대 의식을 되새기도록 기획되었다. 1권 《백두산이 폭발한다!》를 시작으로, 1998년 지리산 폭우, 2021년 멧돼지 출몰, 2007년 서해안 기름 유출, 1670~1671년 경신 대기근을 소재로 한 동화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각 권 뒷부분에서는 ‘서바이벌 재난 이야기’를 통해 해당 재난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