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거꾸로 살아왔습니다”
자연에서 발견한 디자인
우리 손으로 디자인한 자동차가 한 대도 존재하지 않고 함께 일할 만한 디자이너도 많지 않던 시절, 저자가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건 ‘자연’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에서 뛰놀며 온갖 동식물을 보고 만지며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도 디자인의 영감을 자연에서 얻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것이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다. 오늘날의 배가 인류 최초의 배인 갈대배의 디자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앵무조개는 아무렇지 않게 황금비율을 품고 있다. 벨크로는 도깨비바늘(도깨비풀)에서 왔고, 마디가 따로 움직이는 게 다리와 굴삭기는 꼭 닮았다. 그뿐 아니라 하나씩 어긋나 있는 상어 이빨은 톱의 모양이 절로 떠오르고, 풍뎅이 등짝은 구두코에 그대로 옮겨 갔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물구나무선 인생’이라고 말한다. 이토록 많은 것이 자연을 본뜬 것인데 엉뚱하게 디자인을 먼저 배웠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처럼 물구나무선 디자이너들을 보며,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깊이 안타까워한다. “기계들은 퍽 이성적이어서 고와 스톱, 예스와 노, 업과 다운의 양면성만을 지닐 뿐 ‘슬그머니, 은근슬쩍’과 같은 짓거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빠른 것보다 느리게 하는 것이, 맺고 끊음보다 슬그머니 이어지는 것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세상일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오늘날 고민에 빠진 디자이너들에게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디자인은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한다고 믿는 이 자연주의 디자이너가 “꼴, 좋다!” 외치며 수집한 자연의 세계로 초대한다.
21세기를 맞이했음에도 우리가 따르거나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 속에서 찾아지지 않는 것.
그들 속에는 자잘한 몸짓이 없다.
가오리의 춤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유연함도 없으며, 기계적 몸놀림에 환호와 갈채를 보내는 사이 어느새 당연함이 되어버렸다. _「너울너울」에서
책 속으로
우리 모두가 머물다 갈 21세기, 뭇사람들이 자연스러운 곡선이 지배하고 인위적인 직선이 쇠퇴할 것이란 얘기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건축에서 패션에서 디자인 주변에서 ‘eco-friendly’란 말을 자주 만나게 된다. 거슬러서 무디어지지 않는 ‘결’에서 그 흐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_「조화로운 결」
우리가 오늘 겪는 시행착오는 생태계가 이미 오래전에 겪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_「스티키 로봇」
우리의 노력과 지혜로 만들어진 구조물들은 우리가 이미 발견하였거나 아직 보지 못했을 뿐 그들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고 한참을 앞서가고 있다. _「지오데식 파리 눈」
21세기를 맞이했음에도 우리가 따르거나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 속에서 찾아지지 않는 것.
그들 속에는 자잘한 몸짓이 없다.
가오리의 춤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유연함도 없으며, 기계적 몸놀림에 환호와 갈채를 보내는 사이 어느새 당연함이 되어버렸다. _「너울너울」
씨 떨어진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평생을 꼼짝하지 않고 그 위치에서 살아내는 나무에게 어쩌면 두꺼운 껍질 속에 감춰진 이 무늬 같은 속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디 그것뿐이랴? _「비늘의 비밀」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관찰 가능한 거리에, 보이지 않는 내재된 속에 우리의 관심이 머무를 때 우리는 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_「잠자는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