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가해자의 신화, 찬란한 피해자의 서사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은 극악한 범죄자를 미화하며 그를 일반인과 다른 존재로 신화화하는 것에 주안을 두는 여타의 범죄 소설과는 다르다. 대신 한 범죄자의 평범한 삶과 존재를 돋보기로 확대하며 기존의 창작물, 언론에서 형성한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연쇄살인마의 신화’에 직접적으로 도전한다. 범죄자에게 독자를 매료시키는 ‘신화’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를 강조한 셈이다. 작가는 연쇄살인마 등 흉악 범죄자에 대해 사회가 보이는 비정상적인 열광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반대로 흉악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무시 역시 세심하게 묘사한다. 그들에게 벌어진 사건 뒤에 가려진 피해자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 피해자의 여동생, 그를 쫓는 경찰 등 간접적으로 연쇄살인마의 행적에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은 여성들의 시각을 통해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로 연쇄살인마를 둘러싼 모든 것을 넓고 깊게 다루며 ‘피해자들이 살면서는 결코 가지지 못했던 목소리를 부여한다(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평을 받았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특권이다. 마지막 말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은 특권이다. 안셀은 연쇄 살인범이라는 미화된 이름을 얻었다. 그 말은 기괴하면서도 원초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_본문 중에서
여자를 해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은 이미 수백만 명이 있다. 사람들은 안셀 패커가 실제로 그 일을 행했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_본문 중에서
이 여자애들만으로는 이야기랄 게 없다. 어떤 집회도,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안셀과 이 세상이 안셀과 같은 남자에게 보이는 열광 때문이다. _본문 중에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속해 있다는 것은 더한 비극이다. 나쁜 짓을 저지른 나쁜 남자에게 속해 있다는 것이. 이지는 수백만 개의 다른 순간들을 살아왔지만, 그 남자는 그것을 하나하나 먹어 치웠다. 그녀가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서 그 끔찍했던 순간으로만 존재하게 될 때까지, 공포와 고통에 끊임없이 증류될 때까지. _본문 중에서